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 5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기소했다.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50여일 만에 핵심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거액을 챙길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공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고 그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측의 공모·유착 관계를 밝혀내고 배임 혐의를 적용해 부당 이익을 환수할 가능성을 연 것은 성과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소수의 민간 투자자들에게 적어도 650억원, 많게는 수천억원대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 구조를 성남도개공 본부장이 독단으로 결정하고 진행했다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임기가 한참 남은 공사 초대 사장이 강압에 의해 사퇴한 정황이 있고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 대리를 맡아 사업 구조를 변경하고 일사천리로 진행한 사실은 성남시 등 윗선이 개입했을 개연성을 시사하는데 이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뒷북 압수수색 등으로 인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의심을 받았는데 ‘쪼개기 회식’에 참석한 수사팀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수사 차질을 자초하기까지 했다. 결국 윗선 배임 공모 의혹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고 또 다른 축인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이러니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은 것 아닌가.
여야가 특검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그래도 검찰은 심기일전해 마지막까지 수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치적 고려를 일절 배제하고 오직 원칙대로 수사해 윗선 연루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의 진상을 최대한 밝혀야 할 것이다.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란 꼬리표를 떼고 검찰의 명예를 회복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검찰 수사의 허술함이 특검에 의해 확인되는 수모는 피해야 하지 않겠나.
[사설] 겉만 핥고 본질 외면한 대장동 수사… 특검 명분만 줬다
입력 2021-11-2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