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부흥보다 환경으로 지역에 헌신하는 교회 더 자랑스러워”

입력 2021-11-24 03:07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 1부를 마무리하며 세대간 대담을 보도한 국민일보 5월 19일자 32면.

기후위기에 맞서 피조세계의 온전함을 지키려는 교회 공동체의 노력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었다. 창조와 부활을 믿는 한국교회 성도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감이 증폭된 이때, 교회 공동체와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 온유와 절제(갈 5:22~23)와 같은 성령의 열매를 맺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국민일보 종교부는 지난 4월부터 7개월간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시리즈 기사를 보도했다. 매주 수요일자 1개 면을 고정으로 할애해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맞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봤다. 1부에선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신학적 논의들부터 해외교회는 어떤지, 다음세대와 기성세대간의 인식차 등을 대담을 통해 조명했다. 2부에선 창조질서 보존을 위해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전국의 교회들을 찾아 현장 취재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이동과 모임이 쉽지 않았음에도 서울은 물론 광주 울산 인천 등 광역시와 경북 영주, 전남 순천, 충남 예산, 충북 청주, 경기 고양 과천 김포 용인 평택 화성 등지의 교회를 찾았다. 감염병이 한창일 때 줌(ZOOM)으로 의견을 나누며 시작한 시리즈였는데, 마무리 취재기자 방담도 지난 18일 줌으로 열렸다.

올해의 녹색교회 8곳을 소개한 5월 29일자 7면.

△우성규 기자=7개월간 고생했다. 2021년은 기후위기 대처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국내에선 서울기후정상회의(P4G)가 열리고 정부의 2050탄소중립위원회 발족이 있었다. 해외에선 10~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렸다.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는 기후위기 대처라는 인류의 과제 앞에서 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기획이었다.

△박용미 기자=평소 목회자들을 주로 만나는데 녹색교회 시리즈를 하면서는 성도들을 더 많이 만났다. 스스로 ‘부족하다, 친환경적이진 못 하다’며 겸양을 보이면서도, 성도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손해를 받아들이면서까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있었다. 나와 우리교회가 이렇게 노력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부흥하는 교회보다 환경으로 지역에 헌신하는 교회를 더 자랑스러워하더라. 성도의 힘이 크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

△임보혁 기자=동감한다. 녹색교회는 목회자 개인이 홀로 이끄는 게 아니었다. 전체 교회가 매달려 여러 사역을 했다. 특히 그간 뒷짐 지고 있던 중년 남성들이 생태 문제에 차차 관심을 보인다는 게 새로웠다. 녹색교회들은 또 교회만이 아닌 주변의 이웃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황인호 기자=전남 순천 대대교회, 경북 영주 빛마을교회, 울산 새생명교회 등 녹색교회를 취재하러 갔다가 마을과 지역을 취재하게 됐다. 동네 안에서 교회의 사역이 이뤄졌고, 이들 교회는 녹색교회란 용어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해왔다. 교회의 벽을 허물어 마을과 함께하는 시도가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박지훈 기자=환경 사역이 부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칭찬받는 것도 아닌데 정말 열심인 교회들을 보니 고무적이었다. 한국의 건강한 교회들을 만나는 기회였다.

△장창일 기자=녹색교회는 진보만의 의제가 아니었다. 시리즈 시작으로 청주 다리놓는교회를 소개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의 청량교회도 기억에 남는다. 순천 대대교회 등 보수 교단에 속한 교회들을 더 비중 있게 소개했다. 교회의 신학적 성향을 떠나서 창조주를 믿는 이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의제가 녹색교회임을 알게 됐다.

△우 기자=그런 의미에서 복음주의권인 기독교학술원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에서 개최한 ‘기후변화, 생태계 위기와 기독교’ 세미나는 참 반가웠다. 보수 교단에 속한 총신대 합신대 소속 신학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기후변화 위기에 맞선 교회의 노력을 강조했다. 복음에는 진영이 없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의제가 확산하는 시점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됐고, 또 해외 취재를 가지 못해 세계교회의 다채롭고 기발한 사역들을 전하지 못했다.

△장 기자=지금 교회가 노력한다고 해도 당장 기후변화를 막을 순 없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선도할 수는 있다. 국제네트워크가 활발한 교회를 통해 세계적 흐름을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의 동참을 이끄는 캠페인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