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주택 “관객이 존재 의미, 클래식도 변해야”

입력 2021-11-23 04:07
바리톤 김주택이 지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던 중 포즈를 취했다. 최현규 기자

2017년 크로스오버 남성 사중창단을 뽑는 JTBC 예능 ‘팬텀싱어’ 시즌2에서 바리톤 김주택의 출연은 성악계를 놀라게 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 출신으로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하던 김주택에겐 신인 위주의 오디션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주택이 속한 ‘미라클라스’가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럽 활동 때문에 국내 활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김주택은 유럽과 한국을 부지런히 오가며 공연을 꾸준히 이어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럽 공연장이 문을 닫은 지난해부터 2년 가까이는 미라클라스를 중심으로 국내 무대에 집중했다. 지난달엔 MBC 예능 ‘복면가왕’에서 가요를 불러 또다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한동안 크로스오버 공연에 집중했던 김주택이 오는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정통 오페라 아리아로만 채운 무대를 준비했다. ‘뮤직 라이브러리 Act1. The Classic’이란 타이틀의 이번 콘서트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3차례 콘서트를 연다. Act2에선 팬텀싱어를 통해 도전한 크로스오버, Act3에선 콘서트 오페라를 각각 선보인다.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주택은 “클래식계에선 한 우물을 파듯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 클래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때까지 록발라드 가수가 꿈이었던 그는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권유로 선화예고에 진학했다. 예고 3학년 때 유학을 떠나 이탈리아 베르디음악원에서 공부했다. 2009년 오페라계의 거물인 캐스팅 디렉터 잔니 탕구치와 지휘자 정명훈을 만나 이탈리아 주요 오페라극장에 단골로 출연하게 됐다.

오페라에 대한 김주택의 애정은 크지만, 현재 오페라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관객의 노령화와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등 미래가 그다지 밝지는 않다. 그가 팬텀싱어에 출연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페라든 대중음악이든 관객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탈리아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보러오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성악가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높아진 사람들의 감각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팬텀싱어처럼 크로스오버를 통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팬텀싱어 시즌1 방영 이후 국내에서 젊은 성악가들의 출연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몇몇 출연자는 대학 성악과 지도교수들에게 큰 꾸지람을 들었다는 후문도 들려왔다. 김주택이 시즌2에 나오면서 이런 뒷말이 사라진 것은 물론 후배 성악가들이 망설임 없이 시즌3에 지원하게 됐다.

“제가 한국의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팬텀싱어 출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탕구치 씨도 저의 크로스오버 도전을 기뻐하면서 격려해주세요. 사랑하는 음악을 많은 관객과 나누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