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휴대폰 시장의 흐름을 바꿔놨다. 할부 약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고를 수 있는 자급제폰이 인기몰이를 한다. 이제는 이동통신사가 아닌 온라인몰이나 전자제품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2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자급제 휴대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배나 뛰었다. 특히 3분기 판매량은 상반기 판매량보다 88%가량 치솟았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지난 8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 Z시리즈 3세대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끈 게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고객들이 주로 대형 가전제품을 찾았었는데, 최근에는 자급제 휴대폰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4분기에도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온 역시 지난달에 자급제 휴대폰 매출이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5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휴대폰 전체 매출은 30배, 통신사 휴대폰은 2배가량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신사 휴대폰 상품의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매출 비중이 역전돼 격차가 60%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김현민 롯데온 디지털가전 MD(상품기획자)는 “지난달 아이폰13 시리즈 출시에 힘입어 자급제 휴대폰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자급제 휴대폰을 구매해 직접 개통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만큼 매출 신장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살제로 자급제 휴대폰이 각광을 받는 배경에 MZ세대가 있다. 롯데온의 올해 연령대별 휴대폰 매출 비중을 보면 2030세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대의 휴대폰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배가량 뛰었다. 공기계나 자급제 휴대폰은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살 수 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청년층에게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다. 휴대폰을 직접 개통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 데다, 단말기 간 정보이동도 쉬워져 자급제 휴대폰을 선택하는 데 있어 ‘거부감’이 낮아졌다.
여기에다 판매 채널별로 구매 비교가 가능해진 점도 자급제 휴대폰에 무게를 실어 준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휴대폰 기계가격을 포함해 요금 구조, 합리적 요금제 등을 알려주는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결합상품 대신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소비’를 선호한다. 휴대폰을 살 때도 할부나 약정 같은 제한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자급제 단말기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