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폭리’를 부인하는 설명 자료까지 발표하고, 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뒤늦은 수습책에도 금융소비자들 불만은 되레 더 높아진 모습이다. 금융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금리에 개입할 수 없다고 한 발 뺐다가 ‘입맛’에 맞는 통계 자료만으로 금융소비자들 불만을 희석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최근 대출금리 상승 등에 대한 설명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은 가산금리의 급격한 상승보다는 준거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금융위가 ‘가산금리 상승폭이 과도하지 않다’면서 제시한 5대 시중은행의 준거금리·가산금리 변동 기간이 올해 6~10월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 상승폭(0.62% 포인트) 가운데 준거금리 상승폭이 0.44%포인트에 달하고, 가산금리 상승폭은 0.15% 포인트에 불과하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상승폭(0.68% 포인트) 중에서 준거금리 상승폭(0.64% 포인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계 기간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로 넓히면 결과는 달라진다. 이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0.94% 포인트 올랐다. 이 가운데 준거금리와 가산금리는 각각 0.44% 포인트, 0.24% 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우대금리 하락분(0.26% 포인트)을 더하면 준거금리보다 가산금리·우대금리 영향이 대출금리 상승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에 이른다. 주담대의 경우에도 대출금리 상승폭(0.74% 포인트) 가운데 준거금리 상승폭(0.35% 포인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와 실제 주담대 금리 간 차이도 금융위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은행채 1·5년물을 지표로 사용하는 신용대출이나 주담대 고정금리의 경우 올해 지표금리와 대출금리 상승폭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반면 주담대 변동금리의 경우 올해 들어 지표금리(신규 코픽스)가 0.39% 포인트 오르는 동안 대출금리는 0.92% 포인트(상단 기준) 뛰었다.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빌미로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는 줄이는 방식으로 금리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정의연대는 21일 “금감원이 대출금리와 관련해 ‘시장의 자율 결정’이라는 결론을 반복하는 만큼 당국이 부동산 안정화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은행의 이자 잔치를 눈감아준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며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적정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촉구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