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컬러렌즈 사용, 난치성 실명질환 부른다

입력 2021-11-22 20:55 수정 2021-11-22 21:02
윤부는 각막과 결막의 경계 부위로, 상피에 존재하는 줄기세포가 손상되면 시력 저하가 일어난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눈의 검은자위(각막)와 흰자위(결막)의 경계 부위인 ‘윤부’에 존재하는 줄기세포의 손상으로 생기는 난치성 실명 질환이 있다. 말 그대로 ‘윤부 줄기세포 결핍증’이다. 줄기세포는 장기나 조직을 이루는 기본이 되는 세포로, 윤부 줄기세포는 각막 상피세포로만 분화된다. 이게 지속해서 재생돼야 각막의 투명성이 유지돼 잘 볼 수 있다.

윤부 줄기세포 결핍증의 국내 유병률은 조사된 바 없지만, 해외에선 약 0.12%로 보고돼 희귀질환에 해당된다.

문제는 유전적 원인뿐 아니라 화학약품이나 자외선 손상, 외상, 세균 감염, 독성 안약 사용, 무분별한 콘텍트렌즈 사용 등 후천적 요인으로 윤부 줄기세포 결핍증 환자가 조금씩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정소향 교수는 22일 “특히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무허가 미용 컬러렌즈 사용이 많은 10·20대 여성 등 젊은 층에서 수년간 환자 발생이 늘고 있다”면서 “산소 투과율이 낮은 미용 렌즈를 장기간 착용하면 윤부에 광범위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윤부 줄기세포 결핍증 진료를 받은 1411명 가운데 59.8%가 10~30대였다.

지금까지 윤부 줄기세포 결핍증의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각막 이식을 하는 경우에도 줄기세포 이식이 병행되지 않으면 성공률이 매우 낮아 실명 극복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소향 교수팀이 윤부 줄기세포 치료제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1상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환자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의 건강한 눈에서 10분의 1 크기 윤부 조직을 떼어내 체외에서 배양해 줄기세포 수와 각막상피 전구세포 비율을 크게 늘려 환자에게 이식하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환자 6명에게 자기 눈에서 얻은 윤부 줄기세포를 치료제로 만들어 투여하고 6개월 관찰한 결과 모두에서 각막 상피세포 결손이 호전됐고 4명은 시력도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정 교수는 “유럽에서 상용화된 윤부 줄기세포 치료제보다 효능이 3배 이상 뛰어나며 세포 배양 시 안전성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환자 수를 늘려 2·3상 임상시험을 거친 후 2023년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