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이 하는 직업… 쉰 목소리 2주 지속 땐 성대 용종 의심을

입력 2021-11-22 21:08
가수·교사 등 병원 많이 찾아… 약물·음성치료 효과 없으면 수술
전신 마취 않고 통원 치료 가능… KTP 레이저 치료법 주목 받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조정해(오른쪽) 교수가 성대 용종 환자에게 KTP 레이저 치료를 하고 있다. 입원이나 전신마취 과정 없이 외래에서 시술 가능하다.

강사로 일하는 유모(34·여)씨는 얼마 전부터 쉰 목소리가 나오고 발성이 잘 되지 않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직업상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생긴 일시적 증상이라 생각하고 넘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상과 불편감이 커졌다. 진단명은 ‘성대 용종’. 병원에서 전신마취로 수술하고 이후 1~2주간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예민한 목 부위 수술인 데다 당장 직장을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유씨는 치료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유씨처럼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고 발성에 문제가 생겨 고충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수나 아나운서, 교사, 강사 등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업군에서 특히 그렇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이비인후과 조정해 교수는 22일 “마이크 없이 아이들을 통제해야 하는 어린이집 교사, 시끄러운 환경에서 크게 소리쳐야 하는 공사장 작업자나 에어로빅 강사 등도 목소리 문제로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통증이 있거나 하진 않지만 불편한 데다 목소리가 자산인 직업이 증가하면서 성대 질환 진료 환자도 느는 추세다.

성대 용종이 암으로 되진 않아

대표적인 것이 성대 용종(폴립)과 결절이다. 둘 다 잘못된 음성 사용으로 생기지만 서로 다르다. 용종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는 등 과도한 발성으로 성대 점막 밑 작은 혈관들이 터지면서 물혹이 생기는 질환이다. 탁한 음성과 쉰 목소리가 주 증상이다. 급성으로 생겼을 땐 목을 쉬어주면 호전되지만 만성으로 진행되면 수술로 혹을 제거해야 한다.

성대 결절은 지속적으로 고음을 내기 위해 목에 과다한 힘을 주는 과정에서 성대에 굳은살이 생긴 것이다. 목을 쉬어주고 잘못된 발성을 바로잡는 음성 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개선되지만 심한 경우 수술을 통해 제거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대와 후두 용종으로 최근 5년간(2016~2020년) 연평균 4만명 이상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성대 용종 및 결절 수술 환자는 매년 6200명에 달했다.

목소리가 쉬었다고 해서 모두 성대 질환이 있는 건 아니다. 일시적으로 성대에 무리가 가면 쉰 목소리가 날 수 있는데, 이 경우 대개 1주일 정도면 좋아진다. 하지만 쉰 목소리가 2주 넘게 지속되면 성대 질환일 수 있어 정밀검사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성대 용종이나 결절의 경우 통증이 동반되진 않는다. 만약 2~3주 이상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고 목 안이 아프다면 후두염일 수 있다. 통증과 함께 가래에서 피가 나오고 호흡곤란까지 느낀다면 악성 종양, 즉 성대 암을 의심해야 한다. 조 교수는 “다만 위나 대장 용종이 오래되면 위·대장암이 되는 것처럼 성대 용종이 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0.001% 확률로 매우 희박하다”고 했다.

신개념 KTP 레이저 치료 주목

성대 용종의 경우 약물이나 음성치료로 개선이 없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후두 미세수술’이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근래 새로운 개념의 ‘KTP 레이저 치료법’이 몇몇 의료기관에 보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후두 미세수술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강직성 후두 내시경을 입안에 넣고 목 안을 들여다 보면서 수술용 가위나 이산화탄소 레이저 등을 이용해 병변을 제거한다. 다만 이 수술법은 뻣뻣한 내시경 투입으로 성대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고 용종의 원인인 터진 혈관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어려워 추후 재발 가능성이 있다. 또 수술 후 약 1주일은 음성 휴식을 유지해야 수술 부위가 깨끗하게 아물고 이후 1~2주 정도는 발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구나 목 디스크 등 목뼈 질환이 있거나 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아 목이 굳은 환자는 강직성 후두 내시경 삽입이 어려워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고령, 기저질환으로 전신마취가 힘들거나 바쁜 사회생활로 입원 치료 및 음성 휴식기 유지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선택의 제약이 따른다는 단점도 있다.

2018년경 국내 도입된 KTP 레이저 시술은 기존 수술법에 주로 쓰이는 이산화탄소 레이저보다 성대 양성 질환에 더 적합한 저출력 레이저로, 침투력이 길어 성대 점막 아래 병적인 혈관에 선택적으로 조사(照射)돼 없앤다. 정상 성대 점막 손상을 최소화하고 성대 점막을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상처 치유 과정이 짧고 수술 후 음성 휴식에 필요한 시간도 상대적으로 적다.

또 굴곡형 내시경을 코로 넣어 사용하기 때문에 병변이 있는 부위 어디에나 접근할 수 있고 목뼈 질환, 방사선 치료 환자들도 충분히 시술받을 수 있다. 고령 환자들이 걱정하는 전신 마취가 아닌, 국소 마취로 가능해 입원 없이 외래에서 치료 가능하다. 시술 시간은 20분 내외다. 조 교수는 “기존 수술법과 달리 예방적인 음성 사용 제한도 필요없다. 다만 시술 부위에 가벼운 부종이 생길 수 있어 하루 이틀 정도는 중요한 회의나 발표 일정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런 장점 때문에 KTP 레이저 시술은 성대 용종뿐 아니라 후두개 낭종, 후두 유두종, 성대 모세혈관 확장증 등 다양한 후두 양성 질환으로 치료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