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가채점 점수만으로는 수능 등급 컷을 가늠하기 어려운 ‘깜깜이’ 상황이 되자 수험생은 물론이고 일선 학교와 입시학원들도 혼란에 빠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입시연구소장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변의 입시컨설팅 업체들을 보면 예년에 비해 갑절 이상의 상담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요청이 밀려들고 있는 것은 주요 과목이 모두 어렵게 출제된 ‘불수능’이었던 데다 가채점 결과(원점수)만 가지고 표준점수로 책정되는 자신의 수능 등급을 쉽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학의 경우 이전처럼 이과와 문과 학생이 별도의 가·나형을 푸는 게 아닌 공통과목을 함께 보고 선택과목을 골라 함께 시험을 치렀다. 수능 등급도 문·이과 구분 없이 합산해서 나온다. 공통 영역 내에서 어떤 선택과목을 골랐느냐에 따라 표준 점수가 달라지고, 원점수가 같아도 공통 문제를 많이 틀렸느냐 선택 문제를 많이 틀렸느냐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 표준점수 계산이 매우 복잡해진 것이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통합형 수능이 올해 처음 실시돼 지난해 데이터와의 직접적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솔직히 전문가들도 판단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제발 (수학) 가·나형을 돌려달라”는 수험생들의 토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 입시컨설팅 업체로 들어오는 문의의 대다수는 가채점으로 받아든 원점수로 수시논술을 보게 된 대학의 최저등급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묻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논술을 준비했던 대학들의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못 맞출까봐 포기하는 사례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시 합격 전망이 불분명해지면서 정시 전략을 짜기 위한 컨설팅은 벌써부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시 선발 인원이 확대된 데다 코로나19 여파에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 체제를 실시하면서 수능을 다시 준비한 반수생, 재수생들이 늘어난 점도 이 같은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치동에 있는 정시 입시 컨설턴트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정부와 교육부는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정작 어려운 표준점수 계산 등 입시만 복잡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으로 불렸던 2011년, 2019년도와 맞먹을 정도로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종로학원이 분석한 주요 대학 합격선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와 의예과 합격 예상 점수는 각각 286점과 291점으로 지난해 대비 8점과 3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선택과목 별로 적용되는 가중치를 따져 촘촘히 정시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안명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