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대표적인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대 부르는 말)’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남성 일색이었던 모피아 출신이지만 기업은행에 몸담은 2년여 동안 윤 행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여성인재 육성이다.
윤 행장은 지난해 초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여성인력을 역대 최대규모인 180명을 승진시켰다. 올해 부행장급 임원인사에서는여성인재 1명을 발탁하면서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여성 부행장 2명을 탄생시켰다. 윤 행장은 18일 “여성인재 육성은 단기간에 되는게 아니고 초임 관리직부터 일잘하는 여성을 차별없이 육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이를 위해 최근 하반기 인사에서 여성 부장 2명을 본부장으로 특별승진시켰다. 윤 행장은 “다음 부행장 인사때 여성 후보군을 육성하기 위해 따로 인사위원회까지 열였다”면서 “남성 위주의 승진 관행을 타파시키고 양성평등을 실현시킬 때 조직이 활력이 돋는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의 여성인재 육성정책 덕에 기업은행의 관리직 중 여성 비중은 30%나 된다. 국내 상장사 여성 관리직 평균 비중(15%)과 비교하면 2배 많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3%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육아휴직 기간을 1년 더 늘린 3년을 주는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면서 대출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올해 초부터 선제적으로 총량 관리를 해 온 덕에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윤 행장은 “최근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기업은행을 찾은 고객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주라고 지시했다”면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필요한 면은 있지만 갑작스레 시행되면서 대출 수요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금융당국 수장들과는 가까운 사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로 대학 시절 같이 경제학 원서를 스터디했던 사이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행시 28회)은 행시 1년 후배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금융을 책임지는 기업은행장으로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기업은행은 충당금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2~3배 많이 쌓아놓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