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여성인재 육성 단기간에 되는게 아니다”

입력 2021-11-19 04:06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7월 30일 창립 60주년을 맞아 유튜브 등을 통해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윤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여성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뉴시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대표적인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대 부르는 말)’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남성 일색이었던 모피아 출신이지만 기업은행에 몸담은 2년여 동안 윤 행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여성인재 육성이다.

윤 행장은 지난해 초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여성인력을 역대 최대규모인 180명을 승진시켰다. 올해 부행장급 임원인사에서는여성인재 1명을 발탁하면서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여성 부행장 2명을 탄생시켰다. 윤 행장은 18일 “여성인재 육성은 단기간에 되는게 아니고 초임 관리직부터 일잘하는 여성을 차별없이 육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이를 위해 최근 하반기 인사에서 여성 부장 2명을 본부장으로 특별승진시켰다. 윤 행장은 “다음 부행장 인사때 여성 후보군을 육성하기 위해 따로 인사위원회까지 열였다”면서 “남성 위주의 승진 관행을 타파시키고 양성평등을 실현시킬 때 조직이 활력이 돋는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의 여성인재 육성정책 덕에 기업은행의 관리직 중 여성 비중은 30%나 된다. 국내 상장사 여성 관리직 평균 비중(15%)과 비교하면 2배 많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3%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육아휴직 기간을 1년 더 늘린 3년을 주는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면서 대출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올해 초부터 선제적으로 총량 관리를 해 온 덕에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윤 행장은 “최근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기업은행을 찾은 고객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주라고 지시했다”면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필요한 면은 있지만 갑작스레 시행되면서 대출 수요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금융당국 수장들과는 가까운 사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로 대학 시절 같이 경제학 원서를 스터디했던 사이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행시 28회)은 행시 1년 후배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금융을 책임지는 기업은행장으로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기업은행은 충당금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2~3배 많이 쌓아놓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