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선종구(사진) 전 하이마트 회장 측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추징하지 못한 국세청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국세청은 2012년 선 회장이 하이마트를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탈루 혐의로 1376억원을 부과했지만, 조세심판원과 법원 소송 등을 거치며 아직까지 세금을 추징하지 못하고 있다. 선 전 회장 측이 내야할 세금은 이자가 붙어 2000억원 가량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지난 3월 서울지방국세청을 대상으로 감사를 개시했다. 지난 5월에는 국무조정실 산하 조세심판원으로 감사를 확대했다. 감사원은 선 회장 측에 부과된 1376억원에 대한 증여세 탈루 혐의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는데도 국세청이 왜 적극적으로 추징에 나서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있다.
선 전 회장 증여세 논란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 전 회장은 2008년 특수목적법인 인 하이마트홀딩스를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본인 명의가 아닌 두 자녀 명의로 각각 12만주와 18만주의 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을 취득했다. 국세청은 이를 부모가 자녀의 명의만 빌린 ‘명의신탁’에 의한 증여로 보고 2012년 두 자녀에게 각각 544억원과 832억원 등 모두 1376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선 전 회장 측은 조세심판원에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조세심판원은 명의신탁이 아닌 실제 현금을 준 ‘현금증여’로 판단했다.
조세심판원이 ‘현금증여로 다시 부과하라’는 재조사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은 꼬이기 시작했다. 조세심판원 결정은 대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기에 국세청은 현금증여에 따른 탈루 혐의로 선 전 회장 측에 같은 액수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선 회장 측은 이번에는 조세심판원이 아닌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은 2018년5월 현금 증여가 아니라 명의를 신탁한 것으로 판결했다. 주식의 실소유주가 선 전 회장인 만큼 자녀들에게 현금으로 증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탈루 목적이 있냐는 점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명의신탁’이라고 본 국세청의 첫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후 증여세 부과를 하지 않고 있다. 조세심판원의 현금 증여 유권해석이 바뀌지 않는 한 동일 명목으로 증여세를 재부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당초 부과한 증여세 1376억원에 이자가 더해진 2000억원 가량의 과세절차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대신 추가 과세로 대응 중이다. 30만주의 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이 상장하면서 발생한 차익이 내부 정보를 통해 얻은 소득이라 판단했다. 이에 선 전 회장 측에 증여세 622억원을 부과했다. 과세는 완료했지만 이 사안 역시 선 전 회장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결국 국세청은 2000억원에 가까운 선 전 회장 측 증여세를 아직까지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622억원도 법원 판단에 따라서는 돌려주게 될 수 있다. 못 받은 금액에 대해 향후 추징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선 전 회장은 보유 중이던 더플레이스CC 골프장과 각종 부동산을 매각한 뒤 이 재산을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업계에서는 국내 보유 자산이 없어 추징이 힘들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 입장에선 ‘눈 뜨고 코 베인’ 꼴이 되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국세청의 잘못이 있는 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