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에서 펼쳐지는 치유의 드라마

입력 2021-11-19 04:07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옛 집 정원에서 마주 앉은 아버지와 아들이 불편한 얼굴로 식사하고 있다. 오드 제공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은 후 아들 잭(마이클 리처드슨)과 아버지 로버트(리암 니슨)는 항상 거리를 두고 지냈다. 둘은 엄마와 아내를 잃은 고통을 서로 얘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자기 자신의 고통조차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는지 모른다.

화가 로버트는 이웃인 나탈리아(발레리아 비렐로)의 초상화를 그리던 중 그림을 보여달라는 나탈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봐도 되는데, 맘에 안 들 겁니다. 사람들은 자기 모습 보는 걸 힘들어 하거든요.” 이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런던에서 따로 살던 두 사람은 어릴 때 세 식구가 함께 살던 토스카나의 집을 팔기 위해 만난다. 오랜만에 함께 지내게 된 부자의 대화는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눈부신 풍경과 달리 번번이 어긋난다.

어느날 별채에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발견한 잭은 아버지에게 마음 속에 쌓아둔 괴로움과 분노를 표출한다. 두 사람은 수십년 간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비로소 시작한다. 엉망이 된 집을 고치고 정리하면서 마음도, 관계도 치유하게 된다.

제임스 다시 감독이 연출한 ‘메이드 인 이태리’는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 가족 영화다. 포도밭과 호수 등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상이 무척 아름답고, 중간중간 삽입되는 오페라와 이탈리아 전통 음악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테이큰’ 시리즈 등 액션 영화를 주로 찍었던 리암 니슨이 로맨스 드라마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친아들이자 배우인 마이클 리처드슨과 호흡을 맞춘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스토리 역시 아내 나타샤 리처드슨을 지난 2009년 사고로 잃은 리암 니슨의 실제 가족사와 닮았다. 24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