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민주당+열린민주당’… “산토끼는 어쩌고” 비판도

입력 2021-11-19 00:0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열린민주당을 방문해 최강욱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 등이 주도해 설립한 정당이다. 현재 의석 수는 민주당이 169석, 열린민주당이 3석이다.

합당 추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고, 선대위 쇄신론이 분출하는 등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을 ‘집토끼 결집’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합당이 ‘산토끼’인 중도층 공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송영길 대표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당대당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통합을 추진하기로 지난 17일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놓고 시기에는 이견이 있었으나 통합 자체에는 이견이 없었다”며 “미뤄지다가 어제 전격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와 최 대표는 이 후보 선출 직후 수시로 통합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여권 대통합을 언급한 이후 합당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은 통합을 위한 협상 대표로 우상호 의원을 선정했고, 열린민주당도 협상 대표를 선정해 합당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우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사실 정책 노선과 이념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며 “이 후보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고 지금은 구도를 개편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도 합당 추진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서 “열린민주당이 악역을 맡겠다”면서 “선대위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기를 되찾는 데 기꺼이 ‘메기’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강성 친문’ 세력인 데다 검찰·언론 개혁 등 사안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던 것은 민주당의 부담이다. 이에 따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합당이 오히려 중도층 확장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중진의원은 “합당은 정치적으로 명분도 없는 분명한 퇴행”이라며 “중도층 외연 확장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합당은 실익이 없다”며 “지금은 이런 식의 변화가 아니라 중도층에 호소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21대 총선 당시 이해찬 당시 대표는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며 거리를 뒀었다. 중도층의 거부감을 막기 위한 예방책이었다.

그러나 우 의원은 “지지층 통합과 중도 확장은 다른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간의 선거를 보면 지지층을 먼저 결집하고 외연 확장에 나선 사례가 반복돼 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지 않다”면서 “대선 중 2~3%를 작은 지지율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당의 통합이 갖는 시너지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활성화하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