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000여명에게 270억원대 피해를 입힌 P2P(peer to peer·개인 간) 투자업체 넥스리치펀딩(넥펀) 관련 대부업체 정보를 거부했다가 소송에서 진 뒤에야 늑장 공개했다(국민일보 11월18일자 1면 보도). 넥펀의 대출 창구였던 대부업체에 관한 정보는 소송을 거치느라 정보공개 청구 1년여 만에 공개됐다. ‘건전한 신용질서 확립과 금융수요자 보호’라는 금감원의 책무와는 거리가 먼 대응이었다.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금융사기에 금융당국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그런데 금감원 관계자는 18일 이와 관련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관련 정보 공시를 의무화한 ‘온라인 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보 비공개 당시 유예기간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률 시행이 유예된 상황이었으니 위법하게 정보를 비공개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문제는 금감원이 법원 판결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정보 비공개 이유는 ‘정보공개법에 비공개 정보로 규정된 특정 법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해당돼 공개할 수 없다’였다. 법원은 이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 취지는 “(금감원이 비공개한 정보는) 정보공개법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였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의 유예 여부와 상관없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당연히 공개해야 할 정보라는 말이다.
더욱이 법원 판결로 뒤늦게 공개된 서류는 대부업체의 법인등기부등본, 인허가보험증권 등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부업체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는 누구든지 열람·발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자료를 굳이 비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또 금감원이 공개를 거부했던 서류는 모두 대부업 등록 때 금감원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였다. 누구나 떼어볼 수 있는 법인등기부등본 등의 자료를 토대로 대부업 등록 심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런 심사로 날로 진화하는 금융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김경택 경제부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