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잠적한 중국 테니스 선수 펑솨이(사진)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에 보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그러나 협회 측은 펑솨이가 쓴 메일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중국 관영 CGTN은 18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펑솨이가 스티브 사이먼 WTA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을 입수했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안녕하세요. 펑솨이입니다’로 시작하는 이메일에는 “내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포함한 최근의 뉴스는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나는 실종되지 않았고 위험하지도 않다. 나는 집에서 쉬고 있고 모든 것이 괜찮다”며 “WTA가 나에 대한 소식을 게시한다면 나의 동의를 얻어 공개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메일 공개 후 사이먼 대표는 성명을 내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에 관한 걱정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메일을 실제로 펑솨이가 썼는지 믿기 어렵다”며 “나는 여러 차례 펑솨이와 연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펑솨이는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CGTN이 공개한 이메일이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밤 중국 SNS인 웨이보 계정에 장가오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렸다. 2011년쯤 톈진시 당서기였던 장가오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고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2018년 이후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지 20여분 만에 삭제됐지만 이미 캡처본은 퍼질대로 퍼졌다. 펑솨이의 폭로 이후 지금까지 웨이보와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검색하면 최근 소식이 뜨지 않는다.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 등 동료 테니스 선수들은 펑솨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펑솨이의 폭로는 당 핵심 지도부였던 인사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권력 암투설로도 번진 상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