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공장을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미국이 막으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패권다툼을 벌이면서 한국 기업들이 리스크를 안게 된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우시공장 EUV 공정 전환은 아직 먼 얘기”라고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우시공장에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의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미국 정부가 제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V 노광 장비는 반도체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기 위한 설비로 반도체 공정의 첨단화에 핵심 역할을 한다. 주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이 사용했지만, 최근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 장비가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줄곧 도입을 반대해왔다. 로이터가 인용한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를 중국에 도입하는 것에 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군의 현대화에 도움을 줄 최첨단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미국과 연합국의 기술 사용을 반대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2019년 6월 이후 ASML의 EUV 노광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ASML은 EUV 노광 장비의 생산을 독점한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다른 반도체 제조사도 중국 등 수출이 제한된 공장에는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D램의 양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15% 수준이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분쟁에서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로 공정을 전환하지 않으면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나 마이크론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아직 논의 단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EUV 공정 도입은 극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우시공장에 도입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 우시 공장을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