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열린민주당 합당은 명분 없는 국민 기만이다

입력 2021-11-19 04:03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열린민주당을 방문해 최강욱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합당 의지를 밝혔고,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를 폭넓게 결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 양당의 합당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열린민주당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동안 국회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선거를 앞두고 이해득실에 따라 표만 탐하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21대 총선의 가장 큰 오점은 위성정당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정치개혁 깃발을 들고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해진 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공약으로 제시한 이 제도는 극단으로 치닫는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협치를 가능케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명분으로 ‘게임의 룰인 선거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암묵적 원칙까지 무시하며 국회 의사진행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표를 계산하더니 “국민의힘이 먼저 했다”면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정치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염원을 끝내 모른 척한 것이다. 열린민주당은 스스로를 비례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의도와 행동은 총선 후 민주당에 흡수된 더불어시민당과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 후 공언과 달리 시민당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려다 쏟아지는 비난에 포기했다. 얼마 전에는 언론중재법을 강행하면서 열린민주당을 앞세워 안건조정위 야당 몫 위원 자리를 챙겼다. 심지어 민주당 안에서 열린민주당 의원들의 ‘반문(反文)’ 행적, 공천 불복 및 탈당 경력, 부동산 투기 등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나와 합당 명분조차 헷갈리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갈라진 정당이 대선에 맞춰 공개적으로 합당을 추진하는 것이 위법일 수 없다. 하지만 정치는 법 조문을 해석해 잘잘못을 가리는 행위가 아니다. 대의명분을 앞세워 국민과 한 약속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정치인을 향한 불신은 커지고, 정치 혐오는 깊어간다. 가뜩이나 이번 대선은 덜 혐오하는 후보를 뽑는 선거라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합당 추진에 앞서 스스로 내세운 정치 개혁의 길을 저버리고, 합의와 조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무시한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억지 논리와 궤변 대신 상식에 맞게 당을 합치려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