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시장 망쳐 놓고 “수급 안정됐다” 자화자찬하다니

입력 2021-11-19 04:07
정부는 지난해 11월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지원 방안’(11·19 전세대책)을 발표했다. 공공임대주택 공실을 활용하고, 신축 빌라를 매입해 전세 임대로 공급하는 등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대책은 나오자마자 비판을 받았다. 장기 공실인 임대주택은 입지나 상품성이 떨어져 애초 수요가 적은 데다 전세난은 아파트 부족 때문임에도 빌라, 오피스텔 공급 방안이 대부분이어서다. “머리 가려운데 등 긁어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대책 직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1%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봤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은 39.4%에 그쳤다.

결과는 예상 그대로다. 국민일보가 KB국민은행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책 발표 후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1.81%, 수도권에서는 14.59%나 뛰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6억2116만원으로 지난해 11월(5억3909만원)에 비해 1억원가량 올랐다. 이쯤 되면 대책 시행 1년을 맞아 반성하고 개선하겠다는 자세가 당연한데 정부 자료를 보면 기가 찰 뿐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11·19 대책은 올해 목표 7만5000가구 중 10월 기준 81.2%인 6만1000가구가 공급돼 전세시장 수급 안정에 기여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전셋값 급등세는 언급조차 없었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현 경제팀은 마치 다른 행성에 사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전국 부동산시장을 들쑤셔놓은 임대차 3법 시행 1년을 맞은 지난 7월에도 버젓이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해 국민의 복장을 터뜨렸다. 여당 대선후보조차도 부동산 정책 실패에 사과했는데 주무 부처들은 오불관언이다. 이런 식이니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말라”고 비아냥댄다. 무능한 데다 뻔뻔하기까지 한 정부를 누가 신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