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각종 선거 현안에 즉각 대응하는 별도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 전원으로 이뤄진 ‘매머드 선대위’가 현안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자 이 후보가 신속한 대응 체계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복수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 측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규모가 큰 선대위의 대응이 늦다는 비판이 있는데, 기민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팀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흔히 ‘별동대’로 불리는, 핵심 참모들로 구성된 후보 직속 의사결정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역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흥창팀’과 노무현 대통령의 ‘금강팀’이 별동대 임무를 수행했다.
당 일각에는 소수 정예로 이뤄진 별동대를 신설할 경우 ‘원팀 선대위’ 기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은 만찬 자리에서 기민한 대응을 위해 별도 팀을 꾸리는 전략은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별동대 조직 시점이나 규모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낮까지만 해도 이 후보는 ‘별동대 필요성에 공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미소만 짓고 답하지 않았다. 그랬던 이 후보가 당일 저녁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조직 신설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후보가 직접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당 선대위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를 향해 “기민함이 좀 부족하지 않나”라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이재명 색깔’을 내야 한다는 참모들의 조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그동안 후보는 개인기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이제는 당보다는 후보가 더 돋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별동대가 꾸려진다면 경선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7인회’와 ‘성남라인’이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인회는 이 후보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해온 7명의 국회의원을, 성남라인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중용한 실무그룹을 말한다.
7인회 역시 별동대 신설에 우호적이다. 한 소속 의원은 “(7인회가) 다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듣고 있다”며 “일단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속 의원은 “광흥창팀처럼 후보와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별도의 팀이라기보단 후보의 시각으로 현안을 바라보는 일종의 자문그룹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측근 정치를 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부담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선대위 구성 기조를 설명하며 “광흥창팀이다, 금강팀이다 하는 소수 정예 체제의 대통령 선거운동은 집권 후 소수 측근 인사에 의한 유사 독재로 늘 흐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간담회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회 초년병에게 평생 집을 못 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만든 데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