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 “선대위 대응 늦어, 기민한 팀 필요”… ‘별동대’ 신설 시사

입력 2021-11-18 04: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의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대학언론연합회는 서울 지역 27개 대학의 학보사들로 구성된 단체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각종 선거 현안에 즉각 대응하는 별도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 전원으로 이뤄진 ‘매머드 선대위’가 현안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자 이 후보가 신속한 대응 체계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복수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 측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규모가 큰 선대위의 대응이 늦다는 비판이 있는데, 기민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팀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흔히 ‘별동대’로 불리는, 핵심 참모들로 구성된 후보 직속 의사결정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역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흥창팀’과 노무현 대통령의 ‘금강팀’이 별동대 임무를 수행했다.

당 일각에는 소수 정예로 이뤄진 별동대를 신설할 경우 ‘원팀 선대위’ 기조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은 만찬 자리에서 기민한 대응을 위해 별도 팀을 꾸리는 전략은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별동대 조직 시점이나 규모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낮까지만 해도 이 후보는 ‘별동대 필요성에 공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미소만 짓고 답하지 않았다. 그랬던 이 후보가 당일 저녁 이 전 대표 측 의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조직 신설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후보가 직접 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당 선대위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를 향해 “기민함이 좀 부족하지 않나”라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이재명 색깔’을 내야 한다는 참모들의 조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그동안 후보는 개인기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이제는 당보다는 후보가 더 돋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별동대가 꾸려진다면 경선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7인회’와 ‘성남라인’이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인회는 이 후보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해온 7명의 국회의원을, 성남라인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중용한 실무그룹을 말한다.

7인회 역시 별동대 신설에 우호적이다. 한 소속 의원은 “(7인회가) 다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듣고 있다”며 “일단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속 의원은 “광흥창팀처럼 후보와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별도의 팀이라기보단 후보의 시각으로 현안을 바라보는 일종의 자문그룹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측근 정치를 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부담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선대위 구성 기조를 설명하며 “광흥창팀이다, 금강팀이다 하는 소수 정예 체제의 대통령 선거운동은 집권 후 소수 측근 인사에 의한 유사 독재로 늘 흐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간담회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회 초년병에게 평생 집을 못 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만든 데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