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를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 경고한 것을 두고 과잉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취재행위가 다소 과했을 수는 있어도 스토킹처벌법 적용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오후 4시쯤 ‘렌터카로부터 2시간 넘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경기 분당경찰서에 접수됐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등 스토킹 행위로 정의되는 단어가 사용된 112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코드를 부여해 대응하고 있다. 이날도 경찰은 신고 내용이 ‘따라다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스토킹 코드’를 적용해 현장에 출동했다. ‘이재명 후보’ ‘김혜경씨’ ‘기자’ 등은 신고에서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취재 상황임을 파악했다. 현장에서 신고자는 경찰에 자신이 김씨 측 수행원이라고 밝혔고, 신고를 당한 이들도 기자 신분과 함께 취재 목적을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이들의 행위가 취재를 넘어선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경고 조치’를 내렸다. 취재진은 렌터카 4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으며 따라붙었는데, 렌터카에 매체명이 표기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이나 목적을 밝히지 않고 2시간 넘게 정체불명의 차량이 따라왔던 상황에서 위협받고 있다는 취지의 호소가 있었다”며 “현장 확인 결과 일반적인 취재 상황으로 볼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취재진의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경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지속성·반복성 요건을 충족한다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법 해석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선 후보의 부인이라는 ‘공인’을 취재하는 행위에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한 것 자체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가 불안과 위해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인데 기자들이 취재차 따라간 걸 과연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느냐”며 “언론 자유를 얘기할 필요도 없이 법의 적용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경찰이 스토킹처벌법을 과대해석했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스토킹 피해자의 사적 생활과 인격권을 보장하는 게 법의 원래 목적인데 이 경우는 공인”이라며 “더군다나 (김씨의) 낙상사고에 사회적 관심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취재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가 더욱 우선시된다”고 설명했다.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병실을 몰래 찍거나 집에 따라 들어와 촬영한 게 아닌 공적 공간인 거리에서의 취재를 위법하다고 보는 건 과하다”며 “스토킹처벌법의 취지에 맞게 입법적으로 언론 취재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