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계좌’ 김건희는 전주였을까… 검찰, 조사 나서나

입력 2021-11-18 00:05
연합뉴스TV 제공

1년 7개월간 이어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몸통’으로 지목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신병 확보를 끝으로 수사 매듭을 지을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까지 전진해 나갈지 결정해야 할 길목에 서 있다. 법조계에서는 애초 이 수사가 김씨를 종착지로 삼아 진행돼 왔다는 시각이 많다. 여권은 연일 김씨에 대한 직접 수사를 압박하는 중이다.

16일 구속 수감된 권 회장은 2009년 말부터 3년 간 이른바 ‘선수’로 불리는 외부 세력을 동원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허위 매수 주문을 넣는 방식 등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관여한 주가조작 선수 중 한 명인 이모씨를 지난 12일 구속했는데, 그는 지난달 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했었다. 이씨는 2010~2011년 권 회장과 함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10년 권 회장 소개로 알게된 이씨에게 10억원이 들어 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이번 사건과 김씨의 연결점인 셈이다.

수사의 관건은 주가조작 행위에 김씨가 실제 관여했는지 여부다. 권 회장 등의 주가조작 정황을 김씨가 알고 공모했는지가 규명 대상으로 거론된다. 김씨가 범행 정황을 알고도 자금을 대는 등의 ‘전주’ 역할을 수행했다면 공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김씨 측은 주가조작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 캠프는 지난달 20일 김씨의 주식계좌 거래 내역을 공개하며 “2010년 1~5월까지 불과 4개월 간 주식거래를 위임했다가 오히려 4000만원의 손해를 본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검찰도 먼저 기소한 선수 3명의 공소장이나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김씨의 이름이나 관여 여부는 적시하지 않은 상태다. 대신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의 불법 협찬 의혹에 대한 추가 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바나컨텐츠가 개최한 각종 전시회에 도이치모터스 등 다수의 기업이 협찬을 한 배경을 규명한다는 취지다. 검찰은 김씨가 2012~2013년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을 팔아 수익을 내고, 자회사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를 액면가로 사들인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의혹 규명 차원에서라도 검찰이 김씨를 직접 조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를 조사하는 데 따른 정치적 파장 등을 감안해 주가조작 공모 의혹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단단하게 다진 뒤에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과 이씨 등 관계자들의 ‘입’에 수사 향방이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팀이 얼마나 유효한 자료를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김씨까지 수사를 끌고가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