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국세청 직원 전용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기 전 이 정보를 사전 유출했다는 보도(국민일보 11월17일자 1면 보도)와 관련해 국세청은 17일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신용대출 한도 축소는 이미 신한은행이 8월 말 국세청에 공문을 보내기 전부터 언론 보도로 알려졌던 사실이기 때문에 사전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용대출 한도 축소가 ‘9월 10일’부터 적용된다는 사실은 알려진 적이 없다. 당시 중도금, 생활자금 등 대출이 급한 실수요자들은 행여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은행 문턱을 밟는 동안 국세청 공무원들은 “열흘 뒤까지는 연 소득 이상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수 있었다.
국세청은 또 9월 10일 이후 금융기관 제출용으로 발급된 원천징수영수증이 90여 건에 불과하므로 국세청 신용대출로 신한은행의 9월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가 기형적으로 낮아진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혜 대출 의혹의 핵심 기간은 8월말부터 9월10일까지다. 국세청은 신한은행 공문이 온 뒤 대출 규제가 적용되기 전 열흘 동안 대출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른 기관들도 신한은행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니 특혜가 아니라는 해명은 “왜 나만 갖고 그래” 라고 했던 한 전직 대통령 발언마저 연상케 한다.
국세청 임직원은 전국 지방 세무서 인력까지 모두 합치면 2만명이 넘는다. 그만큼 특혜 대출이 많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은 상황에서 철저한 조사가 아니라 보도 반박부터 하는 행태를 보면 앞으로도 이런 특혜를 유지하겠다는 ‘엄포’로 읽힌다.
지난 2016년에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농식품부 공무원이던 김 전 장관(당시 후보자)이 농식품부가 관리하는 농협은행에서 연 1%대 금리로 수억 원의 대출을 받아 논란이 됐다. 국세청에게 호된 세무조사를 당했던 신한은행도 국세청 직원들에게 연 1.80% 금리에 최대 2억원까지 특혜성 신용대출을 해줬다. 김대지 국세청장에게 묻고 싶다. ‘2만명의 김재수’를 보유한 것이 자랑인가.
세종=이종선 경제부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