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난지원금, 한·미·일 중 가장 적지만 부담은 가장 크다

입력 2021-11-18 04:05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국가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로 현금 지급 정책을 속속 입안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한 일본은 19일 18세 이하 청소년에게 10만엔(104만원)을 주는 경제대책을 발표한다. 미국도 이미 10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입해 각 가정에 현금을 나눠줬다. 한국도 현재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이 논의 중이다.

한·미·일 중 한국이 제일 적어

국민일보가 17일 한국과 일본, 미국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1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지급했거나 계획한 재난지원금 현황을 분석해보니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덜 주고 부담은 큰 구조였다. 한국은 2년 동안 5번에 걸친 재난지원금 중 2번을 직접 현금으로 나눠줬다. 1차와 5차에 걸쳐 24조64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했는데, 4인 가구에게 100만원을 지급했다.

최근 당정은 다음해 1월까지 10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6차 국민재난지원금 성격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급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당은 1인당 20만원 수준으로 추진 중이다. 방역지원금까지 모두 합치면 한국은 34조9357억원, 1인당 70만원(4인가구 1인당 25만원 기준) 정도를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셈이 된다. 국내총생산(GDP)의 1.8% 가량이다.

일본과 미국은 적극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12조8802억엔(132조7949억원) 규모의 전국민급부금(우리의 재난지원금) 예산을 통과시켰다. 1인당 10만엔(104만원) 규모다. 여기에 18세 이하 청소년 1명당 10만엔을 지급하는 것까지 추가하면 단순합산액은 14조8802엔(153조4149억원)으로 일본 GDP의 2.4% 정도다.

미국은 단순히 가계에 직접 지급한 현금 규모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은 2년 동안 가계현금지원(EIP) 프로그램으로만 8610억 달러(1020조5433억원)를 썼다. 미국 GDP의 5% 정도다. 가족구성 및 결혼 여부에 따라 가구당 최대 3200달러(377만원)를 지급했다. 두 나라 모두 한국보다 적게는 1.33배, 많게는 2.77배 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셈이다.

빠르게 느는 정부부채

각국이 팬데믹 상황에서 현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가장 쉽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직접적인 현금지원을 가장 먼저 채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부채비율의 증가 속도가 빨라 선진국 대비 적은 비율로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42.1%에서 지난해 47.9%로 5%포인트 넘게 뛰었다. 증가폭으로는 10%가 넘는 수치다. IMF는 올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이 5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정부채무 비율은 66% 정도로 선진국 35개국 중 25위로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향후 5년 동안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 상승폭은 14.5%로 선진국 중 가장 큰 폭”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7개국(G7) 국가들의 평균 GDP 대비 채무비율은 139.0%에서 135.8%로 3.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채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이 맞지만 부채 증가 속도 자체가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2019년 235.4%에서 올해 전망치 256.9%로 21.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증가비율은 10%를 밑돌아 한국보다는 적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은 “일본은 정부 부채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개인의 금융자산이 충분하고 국채 보유비율의 90%가 일본 국민 및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급부금 발행을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도 경제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예외적으로 국가부채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24.8%포인트 증가해 2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있는데다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국가이기 때문에 효율적이지는 않아도 전국민에게 현금을 충분히 지급하는 효과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전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현금지급 정책이 필요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재정건전성과 정책의 효율성을 평가하면서 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 교수는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재정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록다운 없이 코로나19를 보낸 만큼 피해가 집중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효율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도 “일본이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자산 규모가 탄탄하기 때문인데,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임송수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