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폴란드 국경서 난민-군경 충돌 ‘아수라장’

입력 2021-11-18 04:07
폴란드와 접경한 벨라루스 그로드노에서 16일(현지시간) 중동 출신 난민들이 폴란드 국경경비대와 충돌하는 가운데 한 난민 남성이 돌을 던지고 있다. 전쟁과 빈곤을 피해 중동에서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로 건너온 이들 난민은 새 삶을 찾아 폴란드를 통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가길 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서 난민과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충돌해 돌과 물대포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폴란드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경검문소인 ‘브루즈기 쿠즈니차’에서 충돌이 있었다고 밝혔다.

폴란드 국방부에 따르면 국경에 있는 임시 난민캠프에서 머무는 난민 수천명 중 일부가 검문소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콘크리트 블록을 부수고 폴란드 쪽으로 던졌고, 폴란드 군경은 이들을 향해 물대포와 섬광탄을 쐈다.

벨라루스와 폴란드 당국은 물리적 충돌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뤘다. 폴란드 국방부는 난민들이 군인과 경비인력 등에 돌을 던졌고, 벨라루스 측에서 섬광탄까지 공급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벨라루스 측이 난민의 월경을 도우려고 국경 울타리에 구멍을 뚫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벨라루스 국영매체 등은 폴란드가 난민을 저지하려고 물대포와 섬광탄을 투입했다고 반박했다. 폴란드 병력이 최루가스를 사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벨라루스군 화생방국는 폴란드 군경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들에게 독성 화학물질을 썼다고도 주장했다.

CNN은 난민들이 열악한 상황에 불만을 품고 충돌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한 남성은 인터뷰에서 “유럽에 갈 수 없다면 다른 해결책이 없어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는 수천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 경제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난민을 국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벨라루스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을 포함해 10여개국에서 항공기를 통해 난민들을 수도 민스크로 실어 나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벨라루스가 이들 난민을 EU로 몰아내 EU의 안정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벨라루스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접경지역에 발이 묶인 난민들이 굶주림과 스트레스, 혹한 등으로 위기에 몰렸다고 우려한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벨라루스의 전략 때문에 난민들의 생명이 위험해졌다고 지적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