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항공박물관에 담긴 꿈

입력 2021-11-18 04:02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플라이어호를 타고 36m를 12초 동안 날아 인류 최초의 비행에 성공한 지 불과 16년 뒤인 1919년, 영국의 존 올콕과 아서 브라운이 장장 16시간12분을 날아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다. 이후 항공과학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특히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시대 군비 경쟁을 거치면서 제트엔진 발명, 음속 돌파 등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 다만 군비 확충 목적의 항공기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 보니 한계에 부딪혔고, 이후부터 민간 주도 항공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1920년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 주도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윌로우스 지역에 최초의 한인 비행학교인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설립했다. 자연재해, 자금 부족 등 온갖 어려움에도 한인 청년들을 비행장교로 키워냈고, 그들은 독립군 조종사로서 초기 항공 역사를 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지난 2020년 7월 5일 국토교통부는 항공 분야의 발전상을 기념하고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국립항공박물관을 김포공항 인근에 개관했다. 국립항공박물관에는 항공 역사의 기록, 현재 항공산업의 발전상과 미래 발전 방향이 조화롭게 담겨 있다.

구국과 호국의 역사였던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시기의 기록과 함께 임시정부 비행장교 1호인 이용근 비행사의 면허증부터 최초의 민항기(스테이션 왜건), 국민 성금으로 구입해 한국전쟁에 투입된 전투기(T6 건국기)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우리 하늘을 우리 손으로 지킬 수 있음을 알리는 공군 역사상 최초의 전투기(F51 무스탕), 독자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골든이글)는 항공기 제작 산업의 기술력을 알려준다. 장거리 비행 무인항공기(독도 드론)와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가용 항공기(OPPAV)는 우리 항공교통의 밝은 청사진을 예견하고 있다.

국립항공박물관은 단순히 관람과 체험을 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항공 역사를 소중히 보존하며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관람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항공박물관은 국제박물관협의회 산하 국제과학기술박물관위원회 총회를 2023년 개최할 계획이다.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발전상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항공 중견국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속의 항공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국민과 세계인의 빠르고 편리한 이동과 만남을 가능하게 해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의 전 세계적 확산에도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립항공박물관이 항공산업의 과거 성과를 기록·보존하고 미래 성장을 선도하는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항공 역사와 꿈을 담아 후세에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김용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