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으로 번진 ‘생존의 법칙’… 각국 ‘전투력 우위 확보’ 사활

입력 2021-11-20 04:03

‘소리 없는 공간’ 우주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주에서 전투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강대국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항공력은 우주군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각국은 정찰위성과 레이저무기 등도 앞다퉈 강화하는 중이다.

우주 공간이 군사적으로 활용됨에 따라 우리도 생존을 위해 더 이상 우주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 군은 우주 공간을 실제 작전 지역으로 구분하는 등 우주전 대비에 나서고 있다.

중국 ‘우주굴기’로 미국 위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국방비를 많이 쓰는 중국은 ‘우주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8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지구 궤도로 발사하며 새로운 우주 무기 실험에 나섰다. 미사일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았고, 로켓에서 분리된 활공체가 목표물을 타격했다.

지구 어느 방향에서든 본토를 공격당할 수 있게 된 미국에선 미사일 방어체계(MD)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중국의 실험을 두고 “스푸트니크 순간에 근접했다”고 표현했다. 이는 1957년 당시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해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던 순간을 의미한다.

중국은 2007년 인공위성을 요격하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이후 각국의 비난이 이어지자 우주 공격무기 개발을 민간 연구활동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로봇팔이 달린 위성 ‘쉬지안-21’를 쏘아 올리면서 “우주 파편(쓰레기)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임스 디킨슨 미 우주사령관은 “다른 인공위성을 로봇팔로 붙잡거나 파괴하는 능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성을 공격하면 해당 국가의 통신·항법 장치가 무력화돼 순식간에 국가 마비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은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외에 전자파 방해 장치와 레이저무기 등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군은 이제 ‘걸음마’

우리 군은 이제 막 우주 작전에 대한 개념도를 그리는 수준이다. 작전 수행 개념은 우주 영역 인식, 우주 정보 지원, 우주 전력 투사, 대우주 작전(우주 통제)의 4단계로 구분돼 있다. 첫걸음은 작전 공간으로서의 우주 영역을 인식하는 작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9일 “한반도 전장에서 전투를 치를 때 작전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듯 우주 영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작전의 중심에 있는 공군은 공군본부 우주센터 우주정보상황실, 공군작전사령부 우주작전대, 기상단 우주기상팀을 꾸려 실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 5B호의 로켓 잔해가 추락해 전 세계가 긴장했을 때 우리 공군은 미 우주사령부와 협력해 위기 상황에 대응했다.

문제는 미국의 도움 없이는 우주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체 정찰·감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위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은 2023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도입이 시작되는 초소형 위성체계는 악천후에도 1m급 해상도로 목표물을 감시할 수 있는 위성을 저궤도에 다수 배치해 ‘감시 공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제작 비용을 낮춘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운용하면 여러 대가 공격을 당하더라도 나머지 위성을 통해 넓은 영역을 정찰·감시할 수 있다. 공군 관계자는 “우주감시체계를 목표대로 확보한다면 2030년쯤엔 본격적인 ‘우주 정보전’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 5월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우주전력 증강 계획에 탄력이 붙었다. 발사체 연구의 족쇄였던 지침이 사라짐으로써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는 고체추진체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누리호’ 등 한국형 발사체가 진화하면 우리가 위성을 직접 쏘아 올릴 수 있게 된다.

군 관계자는 “군집 위성체계를 갖춘다면 적의 교란에도 목표물을 미사일로 정확히 타격하는 한국형 GPS(위성항법시스템)를 구축할 수 있고, 위성 신호를 활용한 무인전투체계나 드론봇 등 미래 전력의 전투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력한 ‘우주 컨트롤타워’ 필요

각 군에 흩어져 있는 우주전력의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군 수뇌부는 각 군의 특성을 고려해 합동성에 기반을 둔 우주 작전 수행체계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우주군을 보유한 미국이 전 지구적 차원의 ‘대우주 전략’을 추진한다면, 우리나라는 동북아 권역 정도를 커버하는 ‘소우주 전략’을 우선 수립해야 한다”며 “적의 위협에 대비하는 동시에 우주를 군사·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재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산업 역량을 키우려면 충분한 권한을 가진 우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이를 중심으로 군·산·학·연 등 다양한 주체들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채널과 체계적인 우주개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