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더라도 왜 믿어야 하는지 전한다면 전도의 문 열릴 것”

입력 2021-11-18 03:06
김기남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 총회장이 16일 경기도 부천 예심교회 안에 설치된 전도 대상자 명단 앞에서 전도훈련과 문화 목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천=강민석 선임기자

김기남(64)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개혁 총회장은 교단 정치와는 거리가 먼 ‘예수님의 마음 전도법’ 강사, 전도부흥성회 부흥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충남 당진감리교회 출신인 김 목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했다. 친척의 도움으로 21세부터 서울 영등포에서 서점을 운영했다. 도서 출판 유통의 세계에 눈을 뜬 그는 80년대 할렐루야서원을 차리고 기독 서적까지 냈다. 그러다가 교육부 지침에 따라 야심 차게 인성교육 지침서를 발간했지만, 부도를 맞아 영등포 구치소까지 들어간다. 35세 때 일이다.

김 목사는 “구치소 안에서 온종일 성경 읽고 예배드리며 전도만 했다”면서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최악의 환경이었지만 영적 능력이 무엇인지, 말씀의 권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체험하는 최고의 훈련장이었다”고 회고했다.

출소 후 그가 눈을 뜬 것은 전도의 중요성이다. 하지만 한국 교계엔 전도 훈련방법과 교재가 턱없이 부족했다. 김 목사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전도하면 대부분 막연하게 교회 한번 나오라고 하는 수준에 그쳤다”면서 “그래서 전도훈련원을 만들어 전도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겠다는 소명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목회자로 부름을 받은 그는 2003년 국제신학대학원대 2학년 재학 시절 경기도 부천 오정구 원종동에 상가 교회를 개척했다. 전도에 주력해 6개월 만에 성도 50명, 1년 만에 100명이 넘어섰다. 모두 예수의 ‘예’자도 모르는 비신자였다.

그는 “거리에서 초면인 주민에게 다가서 했던 이야기는 ‘꿈의 세계가 있듯 죽음의 세계가 있다’ ‘미국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듯 천국을 가려면 천국행 티켓이 있어야 한다’ 등 철저히 비신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평범한 언어였다”면서 “그런데 신기하게 성령께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셨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불교 신자에겐 “옆집 아저씨가 아버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낳아주신 생부는 한 분밖에 없다. 이렇듯 참 신(神)도 하나님 한 분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예수를 보기라도 했느냐’고 따지는 비신자에겐 “어머니가 당신을 출산한 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나님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성경은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다”고 전도했다.

이처럼 20초가 안 되는 짧은 대화 중에 복음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했더니 비신자가 교회에 출석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김 목사는 “교회가 전도에 힘쓰면 내부에서 다툴 일도 없어진다”면서 “교회 안에 분쟁이 있다는 말은 그만큼 본질인 복음 전파에서 멀어져 있다는 뜻”이라고 조언했다.

교회는 2013년 2975㎡(900평) 예배당을 건축했다.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예심교회는 500여명이 출석한다. 그는 사단법인 예심선교회를 조직해 예수님의 마음으로 전도하는 예심전도의 노하우를 제시하는데, 지금까지 1만여명이 훈련을 받았다. 전국에 30개 지부가 있다.

김 목사는 “전도만으론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 반드시 예배를 통해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면서 “예배 때 성령의 역사,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목회자가 먼저 성령의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옛 오정구청 건너편에 있는 교회는 1~2층에 토브빈 베이커리가 있는데, 각각 330㎥(100평) 넓이다. 지하는 500석 규모의 예배당이 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은 구약의 문화명령, 신약의 제자화 명령을 주셨는데, 교회는 복음전도에 힘썼지만 문화로 다가서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면서 “그렇다 보니 한국 기독교만의 문화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5억원을 투입해 교회 1~2층에 현대식 카페와 베이커리를 만드는 것도 문화로 사람들이 오게끔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예장개혁 총회에서 총회장에 선출된 김 목사는 조만간 1200개 회원교회를 상대로 헌혈·장기기증 운동을 전개하고 실천목회대학원 과정으로 목회자 재교육에 들어간다. 김 목사는 “성도는 죽으면 영혼이 천국에 가지만 육신은 이 땅에 한 줌의 재로 남는다”면서 “헌혈과 장기기증으로 이웃에게 성도들의 선행을 적극 알린다면 코로나로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교회를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25년간 전도현장에서 5만명에게 복음을 전하며 터득했던 전도 노하우를 교단과 한국교회에 전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전도가 잘 안 되는 진짜 이유는 목회자가 먼저 겁먹고 전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선물 주고 호감 제시만 하지 말고 짧더라도 왜 예수를 믿어야 하는지 확실히 전할 때 전도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어 “전도는 준비도 없이 막연한 감, 임기응변으로 하는 게 절대 아니다”라면서 “비신자의 언어, 공감의 언어로 다가서서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복음을 전하겠다는 자세가 필수다. 전도자가 반복 훈련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간절히 전하면 영혼이 주께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천=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