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중심의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재편된 여당은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는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후보가 문재인정부와의 본격적인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당정이 충돌하는 현 상황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올해 초과세수가 50조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재부가 이렇게 많은 추가세수를 예측하지 못하고 그 예산을 국민께 돌려드리지 못한 것은 추궁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31조5000억원의 추가세수가 확인된 이후에도 19조원의 세수가 추가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길 바란다”며 “국가재정의 주인은 기재부 엘리트 모피아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를테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홍 부총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재명표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후보는 “1인당 재난지원금 규모가 100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며 추가 지급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추가세수를 재원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추가세수를 모두 재난지원금으로 쓸 수 없고, 일부를 쓴다 해도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해야 한다며 버티는 중이다. 기본소득으로 대표되는 이 후보의 ‘보편지원’과 재정당국의 ‘선별지원’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 중인 이 후보는 물러설 기색이 없다. 이 후보는 전날 홍 부총리를 겨냥해 “따뜻한 방 안의 책상에서 정책결정을 하는 것이 현장에서는 멀게 느껴진다”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뿐 아니라 정부의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 삭감을 두고 ‘만행’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이 후보가 차별화에 나선 것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흡수해 30%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선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유권자들이 열망하는 건 변화”라며 “현 정부와 이 후보가 어떤 측면에선 다르다는 점을 실제 정책을 통해 체감케 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후보의 이런 공격적인 차별화 시도가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MBC 라디오에서 재난지원금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고 여야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홍 부총리를 압박한 것에 대해서도 “홍 부총리 설득보다 더 중요한 건 국회에서 여야 간 얘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추가세수 19조원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윤 원내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100일 안에 중소 자영업자에게 50조원의 손실보상을 하겠다는 뜬구름 잡는 공약을 했는데, 헛소리하지 말고 남은 19조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부터 실질적인 논의를 하자”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