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게 민간인 학살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당시 참전 군인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학살 장면을 보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16일 베트남 퐁니마을 학살 의혹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변론기일을 열고 참전 군인 류모씨를 증인신문했다.
류씨는 1967년 해병대에 입대해 같은 해 10월 베트남으로 파병됐다. 그는 1968년 2월 퐁니마을에서 학살된 민간인 시신들을 봤다고 했다. 당시 정찰 중이었던 류씨는 “사람들이 모여서 악을 쓰기에 다가가 옆을 보니 거적때기 위에 수많은 시체들이 놓여있었다”며 “뭔가 큰일이 있었구나 감지를 했다”고 말했다.
부대로 복귀했을 때는 부대원들끼리 시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했다. 류씨는 “부대원들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부대원들이 죽인 장면, 죽어가는 모습 같은 걸 무용담처럼 이야기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다른 소대 대원들이 중대장에게 민간인을 어떻게 할지 물었더니 중대장이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서 그랬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베트콩(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들이 한국군으로 위장해 민간인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류씨는 “당시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도 없었다”며 “베트콩은 게릴라전을 한다. 노출되는 걸 각오하고 청룡부대 코앞에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류씨는 민간인 살해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전 중 (마을에) 불을 지르니 노인이 한 명 나왔다.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데 살려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며 “자꾸 노인이 소리를 내면서 다가오자 월남 생활을 오래한 선임병이 나와서 사살했다”고 말했다.
퐁니 마을 학살사건은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74명이 학살된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당시 8살이었던 응우옌티탄씨는 한국군이 쏜 총에 배를 맞고, 함께 총격을 당한 가족들이 죽거나 다쳤다며 지난해 소송을 냈다.
임주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