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족! 일도 잘 돼” 재택 유지, 신나는 젊은 회사원들

입력 2021-11-17 00:03
국민DB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제주도로 이사했다. A씨가 다니는 스타트업이 코로나19 이후 서울 강남의 사무실을 아예 없애고 완전 재택근무로 전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출퇴근 부담 없는 근무가 가능해지자 평소 바랐던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택했다. 이 회사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에도 대면 업무 체제로 환원하지 않고 비대면 방식의 근무를 고수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 2주가 지났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 근무 형태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상황에 맞춰 불가피하게 도입한 비대면 근무가 예상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대면 근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저녁 있는 삶’을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들도 비대면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근로 형태나 직장문화로 돌아가는 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5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 체제 유지 이유’에 대해 절반이 넘는 57.1%가 ‘직원 만족도가 높아서’라고 답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16일 “재택근무나 화상회의 등은 위드 코로나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코로나는 관료주의 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드 코로나 후 주요 대기업들은 재택근무 비율이나 회의 인원 제한 등을 완화하는 모습이지만 예전의 대면 방식 시스템을 곧장 복구하진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출장, 대면회의 지침 등을 완화하면서 30% 순환 재택근무 지침을 내리는 등 ‘하이브리드형 근무’ 형태를 지시했다. 롯데는 주 1회, 쿠팡 일부 팀의 경우 주 2회 재택근무 방침을 정했다. 신세계그룹도 본사 근무 인력의 50%까지 재택근무 방침을 유지 중이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조모(34)씨는 “코로나 탓에 해외로 갈 수 없었지만 화상회의가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해외 파트너를 만났다”며 “시간과 절차가 단축되니 사내에서도 비대면 근무가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출퇴근으로 허비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도 장점이다. 이커머스 기업 팀장인 조모(33)씨는 “백신 접종이 확대될 무렵 한시적으로 출퇴근제를 실시해 봤는데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커 다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수직적·위계적 기업문화가 개선돼 구성원 개개인의 책임감이 고취됐다는 평가도 있다. 교육기업 부팀장인 최모(33)씨는 “여러 단계의 보고 절차가 생략되니 수평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고, 책임감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택근무처럼 기업 내 유연한 조직문화를 장기화하기 위해서는 팀의 성격, 일처리 단계 등을 고려해 특성에 맞게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업과 구성원 간 효율적인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지 이형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