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대출 피마르는데… 은행들은 ‘예대마진’ 돈잔치

입력 2021-11-17 04:05

가계대출 억누르기 정책에 되려 은행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예금 금리는 찔끔 인상하면서 이자 수익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결과적으로 서민층에는 대출 한파로 몰아친 가운데 은행의 수익 잔치판만 깔아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19개 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5% 증가한 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국내은행의 전체 당기순이익 12조1000억원보다 3조4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올해 3분기 자본순이익률(ROE)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7% 포인트 오른 7.36%였다. ROE 증가는 은행이 투입한 자기자본에 비해 수익이 높아진 수준을 뜻한다.

이같이 은행이 높은 수익을 올린 이유는 제자리걸음에 불과한 예금이자와 가파르게 상승한 대출이자 간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6000억원 감소했다.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은행이 큰 수익을 얻은 것을 제외하면, 펀드와 보험 등 금융 상품을 판매해 얻은 수수료 수익은 되레 감소했다는 의미다. 3분기 대손충당금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1000억원 감소한 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손비용은 은행이 대출 회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쌓아두는 비용이다. 지난해에는 은행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충당금 적립을 상당히 확대했기 때문에 이번에 적립 금액이 적어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은행 수익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대출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의 불만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글에는 1만4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과 관련한 질의에 “은행의 예대마진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긴 어렵지만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