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선거 관련 국민청원 게시물 제한 조치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정치 중립 기조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대선 후보에 관한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서 차이가 나면서 청와대가 의도치 않게 이들 의혹 관련 청원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청와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예비후보 등록일이던 지난 7월 12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민청원 게시물을 자체 판단해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이 조치는 20대 대선일인 내년 3월 9일까지 이어진다.
청와대가 지난 7월을 기준으로 잡으면서 8월 이후 터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게시물은 모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 후보를 만났던 지난달 26일에 올라온 ‘대장동 게이트 철저 수사’ 청원뿐 아니라 지난 9월 대장동 입주민이라는 한 시민의 ‘대장동 의혹 업체 조사’ 청원도 모두 비공개 조치됐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사진)의 사무장병원 운영 의혹 관련 청원은 현재 검색이 가능하고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윤 후보 장모의 구속을 요구하는 해당 청원은 청와대의 제한 조치 1주일 전인 지난 7월 5일에 작성됐다는 이유로 가려지지 않았다.
윤 후보와 당내 경선을 치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경남기업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해 달라는 청원도 7월 초에 올라와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여당 후보를 비판하는 게시물은 가리고, 야당 후보를 지적하는 청원글은 계속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선관위의 선거 준비 절차에 따라 게시물 공개 제한 시점을 결정했을 뿐 여야를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7월 12일 이후 이 후보와 윤 후보에 관한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지만 모두 비공개 처리하며 형평성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치 중립을 엄정하게 지키려면 글이 작성된 시점과 상관없이 여야 후보 관련 청원 전부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9일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를 응급실로 이송한 구급대원들을 ‘보고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질책한 분당소방서 간부에 대한 징계 요구 청원은 이 후보의 이름을 가린 상태로 공개 처리했다. 청와대는 해당 청원이 이 후보 측이 아닌 소방서의 보고체계를 지적했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