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수저’란 말까지 등장했다. 가계부채를 제어하려는 정부 규제에 대출 절벽 사태가 빚어지고 금리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특혜성 대출 쇼핑을 벌인 공무원을 일컫는다. 시중은행과 대출협약을 맺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직원들이 대출 규제 직전에 초저금리로 대출을 싹쓸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출 쇼핑 행렬에는 국세청 법원 경찰 등 힘 있는 기관들이 포함됐다. 한 은행은 이런 기관 직원들이 미리 대출을 받아가도록 지난 9월부터 시작된 한도 축소 일정을 사전에 안내하기도 했다. 그렇게 제공된 신용대출에는 연 1%대 초저금리가 적용됐다. 워낙 낮은 금리로 많은 공무원이 대출을 쓸어간 까닭에 이 은행의 9월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가 기형적으로 낮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대출 대란의 무풍지대가 공직사회에 버젓이 조성돼 있었던 것이다.
5대 시중은행에서 연 1.5% 미만 초저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11만여명(지난해 8월 기준) 중 98.6%가 공무원이라고 한다. 은행마다 ‘공무원우대대출’ ‘공무원가계자금대출’등의 명칭을 가진 특혜성 대출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일반 서민은 규제로 폭등한 가산금리를 감수하고, 그런 대출도 못 구해 발을 구르는 상황이다. 부동산 대란 속에서 공직자의 땅 투기에 분노했던 국민은 이제 대출 대란 속에서 공직자의 대출 쇼핑을 목격하고 있다. 특혜성 대출의 비용은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되며,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상황에선 대출이 급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간다. 공무원 처우가 열악했던 시절의 관행이 여전히 남아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불공정 행태가 됐다.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고강도 가계부채 규제로 대출 시장은 잔뜩 왜곡됐다. 은행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보다 높아지고, 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를 웃도는 역전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가 2% 포인트 넘게 벌어져 은행은 어느 때보다 큰돈을 버는데, 서민은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폭리에 가까운 이자를 감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의 대출 갑질을 막아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대출 총량 규제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금융 당국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내년에도 총량 규제를 이어가려는 터라 대출 시장의 왜곡 상태가 만연해질 가능성이 크다. 원인을 제공해놓고 시장 자율을 내세워 혼란에 뒷짐 지는 태도는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금융 당국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사설] 대출 대란 와중에 특혜성 대출 쇼핑… 서민 울리는 금융
입력 2021-11-1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