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늘 광고가 넘칩니다. 가장 인기 많은 광고판은 승강기 내부죠.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광고가 붙어 있습니다.
슈퍼마켓부터 병원 학원 등이 대부분이고 교회 광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교회 이름과 위치, 전화번호, 예배시간, 목회자 사진이 담겨 있죠. 수많은 광고 사이를 비집고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붙어 있는 교회 광고를 볼 때면 혼란스러워집니다. 아무리 세상 속 교회라 해도 상업광고 사이에 끼어 있는 교회 광고는 흡사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비치기도 합니다.
지난달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 1600세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주민들도 하나둘 입주하기 시작했죠. 이곳도 여느 아파트 단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광고가 단지 곳곳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승강기 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부평제일성결교회(김종웅 목사)와 효성영광장로교회(박종인 목사) 효성중앙감리교회(정연수 목사)가 함께 교회 광고를 제작해 붙인 것입니다.
이들 교회는 봉오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이웃입니다. 한 장의 광고 안에 세 교회가 오순도순 소개돼 있다 보니 보기에도 좋습니다. 동네 약도를 그린 뒤 세 교회의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각 교회 옆에는 말풍선이 떠 있는데 그 안에는 담임목사와 교회 사진, 교회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써넣었습니다. 교단도 각기 다른 교회들이 붙인 광고는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는 교회라는 이미지는 덤입니다.
정연수 목사는 1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그러지 않아도 광고가 많을 시기인데 교회들까지 경쟁적으로 광고하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아, 평소 교제하는 동네 교회 목사님들과 협의해 광고를 만들었다”며 “광고를 내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 동네에 늘 협력하는 교회들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어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습니다.
정 목사는 이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고 댓글에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참신하다’ ‘협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 것’을 앞세우기보다 ‘우리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을 앞세운 교회들의 선택, 그리고 앞으로의 협력에 더 큰 기대를 걸어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