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2장에는 중풍병자와 네 명의 친구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의 한 집에 계실 때 수많은 사람이 예수를 만나기 위해 그 집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네 명의 친구가 중풍병자 친구를 예수께 보일 방법이 전혀 없었죠.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포기하고 돌아갔을 법하지만 넷은 아무도 생각지 못한 걸 생각해 냅니다.
마가복음 2장 4절에는 “그 계신 곳의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가 누운 상을 달아 내리니”라 증거합니다.
혁신이란 가죽 혁(革)자와 새로울 신(新)자로 구성되는 단어입니다. 갓 벗겨낸 짐승의 둔탁한 가죽을 여러 방법으로 가공해 새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와 함께 낡은 가죽을 벗겨 내야 새것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병든 친구를 향한 간절한 사랑, 친구들의 하나 된 마음, 예수님을 만나기만 하면 고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교회사에서도 위기의 시대에 종종 믿음의 사람의 혁신을 통해 복음의 진보가 나타나곤 했습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했을 때 종교개혁을 통해 뜻하지 않게 큰 혜택을 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쇄업자입니다.
루터는 종교개혁을 통해 성도들의 손에 성경을 들려줘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성경을 모국어인 독일어로 번역했습니다. 그런 뒤 인쇄기를 통해 대량 생산했었죠.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을 고안한 때가 1440년경이었는데, 루터는 그때까지 사용하지 않던 인쇄술로 성경을 찍어냈던 것입니다.
문제는 당시 분위기였습니다. 거룩한 성경을 손으로 정성스럽게 필사하지 않고 기계로 찍어 낼 수 있냐는 반대에 부딪혔던 것이지요. 하지만 루터는 이 방법이야말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이라고 확신했고 성경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일이었습니다. 결국, 역사는 루터의 그런 결단과 용기를 높이 칭송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영국 부흥 운동을 주도했던 존 웨슬리는 노방전도를 통해 복음의 결실을 보았던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노방전도를 대하는 교회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어떻게 길거리에서 권위도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물론 웨슬리는 노방전도를 하면 할수록 강하게 역사하시는 성령의 일하심을 느꼈고 노방전도는 점점 퍼져 교회 밖 수많은 사람에게 복음의 영향력을 끼치는 영혼 구원의 도구가 됐습니다.
흔히 위기의 때는 기회의 때라고 말합니다. 위기는 주님 안에서 기회가 되고, 기회를 선용할 때 하나님은 새로운 부흥을 우리에게 허락하십니다. 그러나 이전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는 많은 저항을 마주합니다. 과거에 머물려는 영적 관성의 법칙도 작용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압도했습니다. 역사는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D·After Corona)로 양분됐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그 전으로 절대 회귀하지 않듯 교회도 새로운 시대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응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마태복음 9장 17절에는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위기의 시대를 통해 오히려 온 세상에 누구도 맛보지 못한 새로운 포도주를 준비하셨다고 믿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손에 들린 건 낡은 가죽 부대입니까, 아니면 새 부대입니까. 혁신적인 믿음으로 위기를 영적 기회로 바꿀 수 있길 바랍니다.
김경우 서울 양평동교회 목사
◇언더우드 선교사가 1907년 세운 양평동교회는 114년의 역사 속에서 한 번도 분열과 불화를 겪지 않고 하나 됨을 지켜왔다.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교회’ ‘가정 같은 교회, 교회 같은 가정’을 지향하는 신앙 공동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