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도색은 다음 주면 완료될 것 같네요. 개통까지 보름이 남았으니 그동안 대부분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11년간의 공사 끝에 12월 1일 개통되는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충남 보령해저터널이 15일 언론에 공개됐다. 현재 공정률은 98%로 이날도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령 대천항에서 진입하는 방향의 터널 입구 위에는 ‘보령해저터널’ 글자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진출입로 가운데에는 앙증맞은 돌고래 꼬리 모형이 설치돼 있었다.
차량으로 터널 내부에 들어서자 내리막길을 탄 느낌이 들었다. 바다 밑 암반을 통과하는 터널인 만큼 4~5도의 완만한 경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보령해저터널 이상빈 감리단장은 터널 개통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순조롭게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마지막까지 안전사고 없이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했다.
보령해저터널은 충남 보령시 신흑동~오천면 원산도 6.927㎞ 구간을 잇는 해저터널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세계에서도 일본 도쿄아쿠아라인(9.5㎞), 노르웨이 봄라피오르(7.9㎞)·에이커선더(7.8㎞)·오슬로피오르(7.2㎞)에 이어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다. 현대건설 등 7개 업체가 공사를 맡았고 4853억원이 투입됐다.
해저터널에서 가장 아랫부분인 약 5㎞ 지점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곳의 깊이는 해수면으로부터 약 80m다. 이 지점에서 교통사고·화재 등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처가 쉽지 않아 보였지만 다행히 각종 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돼 있다.
터널 안에는 비상시 반대방향으로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통로가 220m 간격으로 21개, 차량 대피 통로는 660m 간격으로 10개가 설치돼 있다. 소화전은 50m 간격으로 총 301개가 비치됐다. CCTV는 92개가 마련됐다. 화재 시 연기를 뺄 수 있는 제트팬도 총 4개 설치됐다.
터널은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나틈(NATM) 공법’을 이용했다. 암반에 구멍을 내 폭약을 넣은 뒤 발파하고, 폭파한 부분에 모르타르와 콘크리트를 압축공기로 시공면에 불어넣는 방식이다.
보령해저터널에서 나와 원산도를 가로지르면 2019년 12월 개통한 원산안면대교(1.75㎞)를 통해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까지 곧장 갈 수 있다.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 국도 77호선 보령∼태안 전 구간(14.1㎞)에 차량 운행이 가능해져 이 구간의 이동시간은 기존 90분에서 10분으로 크게 줄어든다. 터널 개통식은 오는 30일 열리며 일반차량 통행은 12월 1일 가능하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원산도쪽 해저터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해안 신관광벨트 조성과 해양레저산업 육성, 광역교통망 구축과 정주여건 개선, 안전관리 등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일 보령시장도 “각종 편의시설과 숙박시설 등을 열심히 확충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아름다운 서해를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보령해저터널 개통을 계기로 글로벌 해양레저관광도시 추진을 비롯한 61개 사업에 8조4579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보령해저터널로 보령시와 태안군이 하나로 연결돼 수도권과 중부권, 전라권 관광객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