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사장’ 임명 강행… 오세훈, 시의회와 ‘강대강’

입력 2021-11-16 04:05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김헌동(66·사진)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임명했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와 시의회 간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의회는 16일부터 사흘간 오 시장을 상대로 시정질문에 나선다. 시의회는 박 전 시장 역점사업에 대한 예산과 TBS 출연금 삭감 문제 등을 따져 물을 방침이다. 서울시도 시정질문에 앞서 이들 사업에 대한 무더기 감사 결과를 발표한 상태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둔 서울시와 시의회가 강대강 대치에서 벗어나려는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어서 김 사장 임명과 시정질문이 곧바로 양측의 정면 대결로 확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오 시장의 강경 드라이브는 지난 4월 보궐선거 표심과 시 공무원들의 지지를 발판으로 삼고 있다. 과거 박 전 시장의 시민협력사업에 관여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특별한 일도 하지 않는 민간 중간조직에 보조금을 주면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수십억원을 신청한 사업비를 뜯어보면 대부분 인건비로만 사용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시민단체 출신이 공기업 요직 등을 꿰차는 바람에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박 전 시장이 10년이나 재임했으니 (시민단체가 아닌) 공무원도 믿어줄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노조도 지난 9월 “공무원이 할 일을 협치라는 이름을 붙여 무분별하게 민간에 넘기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오 시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잇단 강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민간위탁사업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의 또다른 관계자는 “무리한 예산 축소로 사업이 줄었을 때 해당 민간위탁 단체들에 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며 “적당한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 의회도 ‘발목잡기 ’논란이 부담스럽긴 마차가지다. 시의회 내부에선 김 사장 인사청문회 직후 “자질은 부적격이지만 SH사장 공백 기간이 길어지는 건 문제”라며 적격 보고서 채택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청문위원은 “솔직히 오 시장이 의회속기록을 이용해 공격만 안 했어도 적격 통과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청문위원도 “우리가 부적격 의견을 내더라도 어차피 오 시장이 임명할 테니 (이왕이면) 적격을 주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주택)’ 등 김 사장의 아이디어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공동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강경파의 반대로 보고서는 ‘부적격’으로 의결됐다.

오 시장은 이날 시의회 반대에도 김 사장을 SH 사장으로 공식 임명하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그간 집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 집을 사들였다”며 “정부의 주택정책은 무주택자가 아닌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제공해왔다”고 정부에 날을 세웠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