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기쁜교회(류승빈 목사)에는 20여명의 ‘환경 지킴이’가 있다. 2007년 구성된 환경팀(팀장 윤득상 집사)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환경교실과 환경캠프 개최, 초록가게 운영, 생명밥상 운동 등으로 녹색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환경팀은 직전 담임목사인 손웅석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난 11일 교회에서 만난 류승빈(47) 목사는 “기쁜교회에는 새가족팀 예배준비팀 꽃꽂이팀 주차팀 등 20개가 넘는 팀이 있다. 성도들이 교회의 주인이 되어 곳곳을 세워가는 구조”라며 “손 목사님은 기독교인이 환경을 지키는 청지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고, 성도들이 환경팀을 통해 이를 자발적으로 실천하길 바라셨다”고 전했다.
손 목사가 2004년 지은 교회 건물도 예배당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다. 2층짜리 낮은 높이에 문턱이 없는 것이 특징인 건물은 지역 주민들과 거리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담았고 조경에도 신경을 썼다. 같은 해 새로 지은 어린이집도 다음세대를 위해 전부 친환경 자재로 지었다.
손 목사 후임으로 2019년 부임한 류 목사 역시 녹색교회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 땅을 정복하고 번성하라’고 하신 창세기 속 하나님의 말씀은 지배자와 착취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을 평화롭게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독교인에게는 이 환경을 아름답게 관리해야 할 사명이 있기에 생태계를 지키는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4년간 미국 플로리다 UMC한인교회를 담임했던 류 목사는 미국에서도 환경 운동의 중요성을 성도들에게 가르쳤다. 교회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했고 그가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설거지를 하면서 성도들을 독려했다. 2015년 귀국해 안성제일감리교회에 부임했을 때도 오후 예배 시간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초청해 올바른 분리수거와 재활용 방법을 성도들에게 알렸다.
“거창한 변화보다 성도들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소개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교회가 가르치고 권면할 수 있는 일이 많더군요. 환경을 지키는 일은 불편하고 손해를 보는 일이지만 그로 인한 보람을 성도들이 느끼면서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기쁜교회에서도 류 목사는 환경팀을 격려하며 그들의 사역을 적극 후원했다. 환경팀은 대표 사역인 환경교실을 통해 코로나19 이전까지 21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환경교실은 환경과 관련된 책 한 권을 선정해 총 26주간 오의경 국제대 교수로부터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충북 음성에서 친환경 사과 따기, 평택 인근 정수장 방문하기 등 현장 학습도 병행한다. 환경팀 팀장을 맡고 있는 윤득상 집사는 “사과나무 25그루를 성도들에게 분양해 코로나19 전까지는 함께 사과를 따고 나눠 먹었다. 저농약 사과는 모양도 예쁘지 않고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꺼이 사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환경교실을 시작할 때는 윤 집사가 강요하다시피 성도들을 데려오기도 했지만 2019년에는 모집 정원 20명을 넘길 정도로 성도들의 관심을 받았다. 매년 11월 저녁 예배에서 진행하는 수료자들의 간증으로 입소문이 난 덕이다.
2008년부터 매주 진행한 초록가게도 환경팀의 자랑이다. 성도들이 쓰지 않는 물품을 가져와 판매하면서 재활용을 유도하는 자리다. 지난 5월에는 여기에 ‘리필 스테이션’을 추가해 주방세제와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등을 판매했다. 성도들이 빈 용기를 들고 와 내용물만 담아가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환경팀은 서울에 있는 ‘알맹상점’과 청주 다리놓는교회의 ‘제로 웨이스트 상점’도 견학했다. 수익금은 몽골 ‘은총의 숲’ 가꾸기, 기독교 환경교육센터 후원 등에 사용한다.
환경팀 양재숙 권사는 “친환경 제품이라 슈퍼에서 일반 제품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지는 않다. 그러나 나이 드신 분들도 빈 용기를 들고 리필 스테이션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성도들의 의식이 전환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교회 인근 부락산에 편백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줍는 일, 환경 주일에 교회 뒷마당에서 환경캠프를 여는 일, 유기농 농산물로 교회와 어린이집에 음식을 제공하는 일도 모두 환경팀이 도맡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중 많은 사역을 잠시 멈춘 상태지만, 곧 재정비를 끝내고 내년부터 다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류승빈 목사는 앞으로 환경과 전도를 함께 진행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류 목사는 “부락산 앞에서 봉투를 나눠주고 쓰레기를 담아오는 분들에게 교회 카페에서 무료 커피를 증정하는 사역을 계획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지으신 세계를 알리고 이를 보존하는 것도 복음 전파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득상 집사는 환경 보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20~30대 청년들이 환경팀과 함께 더 좋은 사역을 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청년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환경팀장을 물려주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평택=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