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만 29명’ 입시 대박난 충주고의 교육 비법

입력 2021-11-16 00:02 수정 2021-11-16 00:02
충북 충주고에서 최근 열린 ‘현대세계의 변화’ 수업에서 학생들이 발표 수업을 하고 있다. 충주고와 인근 고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공동수업에서 학생들은 영국 산업혁명이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충북 충주고등학교는 지난해(2021학년도 대입)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29명을 보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모두 79명이다. 대학 진학 인원이 169명이므로 절반가량이 이른바 ‘인(in) 서울’을 한 셈이다. 충주고가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임을 감안해도 지난해 진학 성적이 유달리 눈에 띄었다(표 참조).

서울대의 경우 2017~2020학년도 기간에 충주고 출신을 4명 뽑았는데 2021학년도 한 해에는 6명을 선발했다. 2017~2020학년도에 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자가 한 해 평균 8.25명인 것을 감안하면 2021학년도의 29명은 3배 이상 많다. 교·사대 합격자도 2020년보다 2배 많은 36명을 배출했다.


재수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진학자도 크게 줄었다. 미진학자는 2017~2020학년도 기간에 매년 평균 66.5명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34명으로 뚝 떨어졌다. 전반적인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해도 예전보다 많은 학생이 만족스러운 대입 성적표를 받았다고 추정 가능하다. 충주고가 지난해 특별한 진학 실적을 보일 수 있었던 비결을 최근 충주고를 찾아 들어봤다.

작년 충주고 고3은 누구인가

지난해 충주고 3학년이 2018년 3월 신입생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에 적용된 첫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문·이과 통합 못지않게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를 시도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였다. 1학년 때는 문·이과 구분 없이 공부하고, 2학년부터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진로와 적성에 맞는 수업을 골라 듣도록 하는 게 기본 골격이다.

충주고는 새 교육과정을 적용함과 동시에 고교학점제(이하 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학점제 역시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담고 있는 수업 선택권을 한 단계 심화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교육 실험들이 2018년 입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충주고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충주 지역 다른 고교들과 공동 수업도 진행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온라인으로도 수업을 개설했다. 온라인 공동 수업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1인 악기 연습실을 개조한 캡슐형 학습 공간에서 노트북 컴퓨터로 방해받지 않고 다른 학교에서 열리는 공동 수업에 접속할 수 있다.


학교의 대입 전략의 무게 중심도 정시에서 수시로 발 빠르게 이동시켰다. 2017학년도 대입에서는 수시 비중이 19.7%, 정시가 80.3%였다. 대다수 학생이 수능 성적으로 대학에 간 것이다. 2018~2020학년도 기간에는 수시 비중이 40% 수준으로 올라갔고, 지난해 고3이 치른 2021학년도 대입에서는 수시 비중이 74.6%로 올랐다. 수시 비중이 높아질수록 진학 실적이 좋아졌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다.

고교 수업이 바뀌고 있다

충주고가 올해도 이런 진학 실적을 낼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입은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첫 대입이란 특수성이 있었다. 올해는 처음 시도되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따른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충주고가 지난해에 좋은 실적을 보인 것은 최저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학력을 갖춘 학생이 많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또한 지난해는 고교 이름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입학 사정 과정에서 고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평가’의 첫해였다. 충주고 같이 다양하고 전문적인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 학교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학교에서 학점제 업무를 담당하는 이윤석 교사는 “입학사정관들이 학교 이름을 가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의 학생부를 보면 국제고나 과학고 수준의 탄탄한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주고 수업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학생들이 주도하고 교사는 퍼실리테이터(토론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학생 주도형 수업이므로 학생부가 풍성해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충주고를 방문한 당일 방과후 시간에도 인근 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공동교육과정 수업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2학년을 위한 ‘현대세계의 변화’라는 국제계열의 역사 관련 수업이었다.

수업에선 먼저 충주고 학생 두 명이 산업혁명의 의미와 주변국으로 전파되는 과정에 대해 20여분간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2주간 준비한 자료를 텔레비전 모니터에 띄워 놓고 산업혁명이 정치, 경제, 노동, 문화에 끼친 영향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를 한 이홍걸군은 “역사 교사가 되고 싶어 수업을 듣고 있다.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생각 못 한 질문이 나와 당황스러웠지만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중산고에서 온 조정은양은 “우리 학교에는 이 수업이 없어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와서 수업을 듣고 있다”며 “무엇보다 자율학습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낫고 다른 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점이 좋다”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국민일보 공동기획>

충주=글·사진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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