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출발은 박근혜정부였다. 박근혜정부에서 만들어지고 문재인정부에서 실행된 ‘2015 개정 교육과정’(현행 국가교육과정)에서 시도하는 학생 수업 선택권 확대를 좀 더 심화·발전시키려는 것이 고교학점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고교 1학년 때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적으로 수업을 듣고 2학년 때부터 학생들에게 수업을 일부 선택하도록 했다. 문과, 이과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의료·보건계열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1학년 때까지는 기본 소양을 위한 공통수업을 듣고 2학년부터 생명과학 같은 수업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학점제와 궤를 같이한다. 학점제는 여기에 학생들이 좀 더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한다. 고교의 성적 산출 방식을 성취평가제(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학점제를 도입하면 필연적으로 적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수업이 생기는데 상대평가라면 성적을 받기 어려워 선택하기 부담스러워진다.
학점제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이명박정부의 교과교실제, 박근혜정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비슷한 맥락의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학생의 수업 선택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어 이어지고 있는 하나의 큰 흐름이다.
역대 정부들이 이념성향과 무관하게 이런 정책을 추진한 배경은 학생 수 감소와 직업 세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학생 한 명이 소중해지는 상황에서 ‘5지선다형’ 교육으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교육계 입장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김종두 충주고 교감은 “학생 수 감소를 목도하고 있다. 어떻게든 모든 아이의 장점을 찾아 살려주는 교육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며 “단순히 공정이란 잣대로 수능 비중을 늘리면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엘리트 교육으로 가는 길이고 학교를 죽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국민일보 공동기획>
이도경 교육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