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지지층도 등돌려… 벌써 바이든 ‘차기’ 하마평

입력 2021-11-16 04:04

인플레이션이 미국 정치 지형을 흔들고 있다. 조 바이든(사진)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 원천이었던 중도 성향, 무소속 중산층, 저소득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은 식료품이나 휘발유, 난방, 주거비 등 생활 필수 영역에 도드라져 나타나 이들 계층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 공동여론조사에서 ‘오늘 당장 선거를 하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1%가 공화당을 꼽은 것으로 14일(현지시간)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 응답은 41%였다.

중도층이나 저소득층에서의 지지 철회가 컸다. 자신의 경제가 좋지 않거나 나쁘다고 한 응답자 사이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은 각각 28%, 63%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응답자 중 83%는 2018년 중간선거 때 민주당을 지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 사이에서 극적인 지지 변경이 발생한 것이다.

대표적 스윙보터로 꼽히는 무소속 층 이탈도 많았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무소속이라고 밝힌 응답자 사이에서 내년 중간선거 가상대결 결과는 민주당 32%, 공화당 50%로 나타났다. 2018년 당시 양당 지지율은 각각 54%, 42%로 정반대였다. 이번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역시 41%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응답자 70%는 경제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은 인플레이션의 직접적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렸다.

WP는 “정책 입안자들은 소비 급증과 공급 중단이 결합해 식품, 가스, 주택 같은 필수품 비용이 커지는 악마적이고 생소한 곤경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소비자조사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많은 커뮤니티에서 끊임없는 대화의 주제이고, 특히 무당층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을 개선하는 데 충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전망도 밝지 않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금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급등해 1990년 12월 이후 31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는데, 이보다 더 높은 물가상승률 통계를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악관은 다급해졌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팬데믹과 경제는 연관돼 있다”며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이 현재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첫해부터 휘청이면서 미국 정가에서는 벌써 2024년 대선 경선에서 차기 주자를 놓고 때 이른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차기 출마 의지에도 민주당의 시선은 이미 ‘포스트 바이든’으로 향하고 있다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피터 부티지지 교통장관을 최우선 물망에 올렸다.

하지만 최초의 여성이자 흑인 부통령으로 주목받는 해리스 부통령은 이 같은 정치적 상징성이 강점이지만 부통령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부티지지 교통장관의 경우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한 첫 성소수자 장관으로서 남다른 대중 인지도를 쌓아오고 있다. 다만 그의 담당 업무가 최근 인플레이션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물류 대란 사태와 직결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