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유통 정보 ‘깜깜이’… 물량 없어 허탕에 끼워팔기 갑질도

입력 2021-11-15 04:03
경기도 안성시 안성휴게소에 있는 거점 주유소에서 14일 한 시민이 차량에 요소수를 넣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약 180만ℓ가 전국 거점 주유소 100곳에 순차적으로 공급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요소수 수급 안정화를 위해 차량용 요소수 판매처를 주유소로 한정하는 등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했지만 현장에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요소수 판매 주유소에 재고가 없어 허탕을 치거나 일부 주유소가 요소수를 내세워 ‘갑질’을 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정부는 14일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를 열고 전국 100개 거점 주유소에 공급하기로 한 요소수 180만ℓ 중 14만2000ℓ를 71개 주유소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 민간업체에서 보유 중인 차량용 요소 700t으로 요소수 200만ℓ를 생산해 순차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 20만ℓ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등 필수 공용 차량에 공급될 수 있도록 광역지방자치단체 차고지 19곳에 공급됐다.

정부는 지난 12일 요소수를 주유소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고, 차량 1대당 판매 상한선(승용차 최대 10ℓ, 화물차 등 최대 30ℓ)을 정했다. 국내 물량이 부족한 요소수의 매점매석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기존에 요소수를 주유소에 유통하지 않았던 중소 판매업체들 사이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기존 거래처를 놔두고 갑자기 새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탓이다.

화물차 운전사들도 요소수를 넣을 수 있는 주유소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주유를 일정액 이상 하지 않으면 요소수를 판매하지 않는다’거나 ‘단골에게만 요소수를 판매한다’ 등의 불만 글도 올라왔다.

정부는 요소수 생산·수입·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종합전산시스템’에 수급 정보를 신고하도록 했다. 정부가 요소수 유통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내린 신고 의무화 조치인데, 이 정보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요소수 수급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재기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현재 1400여개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취급하고 있는데, 어느 주유소에서 얼마나 요소수를 갖고 있는지 정보가 공개되면 일부 업자들이 요소수를 사들여 비싸게 팔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도착할 예정이거나 공급 협의 중인 차량용 요소와 요소수 물량은 모두 8275만ℓ 수준이다. 이는 국내에서 5.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호주에서 수입한 요소수 2만7000ℓ 중 민간 구급차에 우선 배분하는 물량은 당초 4500ℓ에서 4790ℓ로 늘어났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