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의 핵심사업인 태양광, 사회주택, 청년활력공간에 대한 추진·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16일 시작될 시의회 시정질문을 앞두고 서울시가 선공을 날린 셈이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3개 사업에 대한 21쪽 분량의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업체 고발, 과태료 부과 요구, 주의 등 총 68건의 조치사항을 해당 부서 등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우선 태양광 보급사업의 경우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이 만들었던 민관협치기구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들이 태양광 보급업체로 선정된 협동조합 임원 등으로 활동하며 얻은 내부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A협동조합은 시 태양광 보급계획을 사전에 인지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70억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사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대아파트에 주민 동의 없이 설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현재 베란다형 태양광시설이 설치된 아파트의 39.5%(4만7660가구)가 SH 임대아파트인데, 일부 임대아파트에는 입주민 동의 없이 태양광시설이 설치됐다. 태양광 효율이 떨어지는 저층에 설치된 곳도 있었다.
공공지원형 민간임대주택인 사회주택 사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서울시는 사회주택 사업자들이 임대주택에 노조, 비영리기구(NPO) 등 특정경력을 우대하는 입주자 기준을 정해 실제로 임대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의 입주기회가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한 협회 이사장이 대표인 사회주택 업체 심사에 같은 협회 이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업체 대표는 서울시로부터 기금을 대출 받은 뒤 자신이 대표인 업체에 이를 재대출해주기도 했다.
사회주택 실제 성과도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7년간 210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현재 입주할 수 있거나 올해 말까지 입주가 확정된 사회주택 물량은 총 1712가구로, 목표치의 24.5% 수준이다. 특히 SH가 사회주택으로 제공한 매입임대주택 865가구를 제외하면 실질 공급 효과는 847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운영 중인 청년활동지원센터, 청년청, 청년교류공간, 청년센터 등 ‘청년활력공간’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는 이들 사업을 무단으로 재위탁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 기관은 민간위탁사무를 최근 4년간 399건, 전체 사업비 62억원의 3분의 2가량인 42억원을 제3자에게 재위탁했다. 또 최근 6년간 시 청년 부서에 채용된 임기제 공무원의 절반(38명 중 19명)이 특정단체 출신이었다고 서울시는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 이같은 감사 발표가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감사의 목적은 시정과정에서 오류를 잡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 등을 막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오세훈 시장은 공격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시의원도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도 이번 주에 감사 결과가 발표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며 “이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시정질문에서 이런 불통의 모습을 짚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