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탄소중립 고양’ 파란 하늘·숲·사람 공존하는 도시 꿈꾼다

입력 2021-11-15 20:55
이재준(가운데) 고양시장은 지난 3월 15일 열린 ‘고양시 탄소중립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내빈들과 ‘탄소중립 도시 고양시가 실현 합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고양시 제공

세계는 지구온난화 방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매년 열고 있다. 올해는 10월 3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세계 197개국이 참여했다. 이 회의에 아시아 도시 중 유일하게 경기도 고양시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의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COP26서 탄소중립정책 소개

고양시는 탄소중립에 적극적이다. 고양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예정량 대비 32.8% 감축 목표 수립, 시민기후환경학교 운영, 탄소중립실천연대 구성 및 위원회 활동,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장항습지 등 자연생태계 보존, 모든 마을버스 전기버스 교체, 녹색건축 세부설계기준 가이드라인 제정 등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양시 한강하구에 위치한 장항습지는 지난 5월 국내에서 24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 사진은 장항습지 전경. 고양시 제공

이재준 고양시장은 지난 1일 COP26 도시세션 개막식에서 ‘도시를 위한 기후혁신과 시스템 전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각 도시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도시의 현재, 고양의 성과 및 미래비전’을 주제로 고양시의 탄소배출 절감 노력과 정책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 시장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세계의 도시들이 지혜를 모으고 기후행동 플랫폼인 유엔글로벌 혁신허브(UGIH)에서 믿음직한 파트너가 돼 해결책을 찾자”고 제안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마련한 UGIH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주체인 도시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도출하고 공유해 기술과 정책을 개발,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이 시장은 지난 4일엔 오바이스 사메드 UNFCCC 부사무총장과 UGIH의 일부이면서 탄소저감 이행을 측정하는 시스템인 ‘온실가스 계정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하고 면담했다. 고양시는 이를 계기로 탄소중립도시 조성을 위해 선도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국제네트워크를 구성해 탄소저감 데이터를 활용한 모듈검증 및 표준화 작업에 협력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시대준비 앞장

고양시는 2015년 유엔기후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의 32.8%에 해당하는 총 225만8000t 감축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역 내 242개 단체 7337명이 연대한 탄소중립시민실천연대를 발족했다. 고양시 기후위기 비상선언, 2050 탄소중립 선언, 고양도시포럼, 고양시 기후환경학교 등 교육과 행사로 시민들과 탄소중립 사회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실천해가고 있다.

장항동 장항야구장 도로 법면 유휴부지에 시민햇빛발전소 7호기를 설치했다. 고양시 제공

또 신축건축물 옥상, 주차장, 도로 법면, 관공서 등 기존시설과 유휴부지에는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민(조합원)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공공기관, 교육시설 등을 임대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운영하는 시민 참여형 발전소인 시민햇빛발전소는 올해까지 7곳, 내년에는 4곳을 추가해 총 11곳이 가동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건립된 시민햇빛발전소 7곳의 총 연간발전량은 223㎾h이며 온실가스 저감효과는 1044t에 달한다.

친환경적인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인 고양바이오매스 시설을 운영해 연간 4000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지역난방공사에 판매해 연간 약 4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했다.

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활용하고 있다. 염수살포장치를 활용해 도로에 물을 분사, 여름철 뜨거운 도심의 온도를 낮추고 흙먼지를 제거하는 효과도 얻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유출 지하수를 활용해 가로수 구간에 자투리 습지를 구축하고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친수조경공간도 조성했다.

이재준 고양시장
“숲·습지·생태공원… 새 기후체제에 적합한 도시로 변모”

“고양시를 파란 하늘과 숲, 사람이 공존하는 친환경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이재준(사진) 고양시장은 15일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대를 위해 2019년 전국 최초로 나무권리선언을 선포하는 등 탄소 흡수원이 될 도심숲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며 “고양시는 새로운 기후 체제에 적합한 도시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시는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나무권리선언을 통해 가로수의 무분별한 가지치기 제한, 30년 이상 된 나무의 벌목 원칙적 금지, 가로수 2열 식재 의무화 등 공공수목 관리의 기본이념을 정립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녹지를 넓히기 위해 공릉천 등 7개 하천 40㎞ 구간에는 ‘고양하천 푸른숲 100리길’ 조성에도 나섰다. 이곳에는 메타세쿼이아 등 12만5000주를 심어 시민 누구나 거닐 수 있는 숲길을 만들었다.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토당, 탄현, 관산, 자전거공원 등 장기미집행공원 7곳의 토지매입 및 공원 조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고양시 한강하구에 위치한 장항습지가 국내에서 24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 고양시의 등록 추진 이후 11년 만에 거둔 성과다.

장항습지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이며, 대륙 간 이동 물새의 중간기착지로 매년 3만여 마리의 새들이 찾아온다. 재두루미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과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 동물을 포함해 1066여종 이상의 생명체가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다.

시는 장항습지와 대덕생태공원, 고양생태공원, 행주산성역사공원 등 한강 수변 지역을 휴식과 생태체험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시장은 “람사르습지 등록으로 장항습지의 환경적인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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