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내년에 태어나는 아이에게 200만원을 주는 ‘첫만남 이용권’ 사업을 만들어 놓고도 세부 시행 규칙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 심사에 앞서 관련 법안은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라 제때 지원금을 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2년 정부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살펴보면 첫만남 이용권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계획 보완이 필요하다는 ‘조건부 추진’ 판단이 내려졌다.
보건복지부는 200만원 바우처의 신청권자를 영유아의 보호자와 보호자의 대리인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그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또 신청 서류도 어떤 것으로 할지 검토 중이어서 부정수급 등 부작용을 차단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바우처를 어디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정이다. 복지부는 유흥업소나 사행업소 등을 제외하고 사용처를 폭넓게 인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업 시행 취지에 어긋나는 사용은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예결위는 “양육자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우처의 사용처를 아동 양육에 필요한 물품(의복, 음·식료품, 가구 등) 구입, 의료비 지출 등에 한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자체별로 지급하고 있는 각종 출산지원금과의 중복 수급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첫만남 이용권에 배정된 예산은 3731억원으로, 내년에 신규 편성된 예산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어린이집 등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0~1세 아동에게 매월 30만원을 지급하는 영아수당에도 3731억원이 편성돼 있다.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복수 국적을 가진 아동에게 수당을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은 아동이 90일 이상 지속해서 해외에 장기 체류할 경우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관련 법안도 처리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국회 입법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들 예산안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과 아동수당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전제로 편성됐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고영인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저출산법과 아동수당법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내년 1월 1일생부터 지급하는 것으로 예산안을 올렸는데 국회에서 법안도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1월부터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며 “지급 시기 등은 국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