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양국은 핵심 현안인 대만 문제에 대해 입장차를 그대로 드러내며 서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미·중이 내년에 정권 차원에서 큰 행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내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대만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왕 부장은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 평화 안정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용인과 지지는 대만해협 평화를 파괴하는 것이고 결국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진정으로 대만해협의 평화를 원한다면 대만 독립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 외교, 경제적 압박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또 중국이 양안 문제를 대만 국민의 바람과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는 이러한 언급이 없다. 블링컨 장관이 “미국은 상호존중 정신에 입각해 중국과 양자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세계를 향해 공동의 메시지를 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는 내용만 소개돼 있다.
결국 양측 발표를 종합하면 두 사람은 미국시간으로 15일 오후(중국시간 16일 오전)에 열리는 정상회담 점검차 가진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또 한 번 설전을 벌인 셈이다. 왕 부장과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났을 때도 대만 문제로 충돌했다. 왕 부장은 당시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미·중 관계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미국은 보란 듯이 대만과 밀착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 행사에 참석해 미국의 대만관계법을 언급하며 “대만은 최소한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하고 누구도 현 상태를 뒤집거나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즈음 미 의원단은 대만을 방문해 중국군의 위협 등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미·중은 이번 회담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내기보다 양국 갈등이 통제불능의 충돌로 번지지 않게끔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내년에 중간선거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의 다음 단계를 논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이번 회담이 “향후 양국 관계의 방향과 톤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