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창업, 부채, 물가…. 경제활동 여건을 구성하는 요소 중 어떤 것도 청년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 공개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사면초가 상황에 내몰린 한국 청년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청년층(15~29세)의 올해 경제고통지수는 산출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였고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30~50대의 두 배나 된다. 실업률, 폐업률, 부채 증가 속도, 물가 상승률 등 경제적 삶의 질을 평가하는 항목마다 고통의 무게는 청년들에게 현저히 쏠려 있었다.
연구원은 가장 큰 원인으로 청년층에 특히 부족한 일자리를 꼽았다. “고용 상황이 코로나 이전의 99.9%를 회복했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자랑은 그들에게 딴 세상 얘기일 뿐이었다. 언제 시작됐는지 가물가물해진 취업난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아 청년 체감실업률이 25%를 넘어섰다. 취업이 안 돼 창업을 해보지만 청년 자영업자 폐업률(20.1%)은 전체 평균의 1.6배를 기록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은 민간 경제 부문의 고용 창출 여력이 나아지지 못해서 빚어진 일이다. 정부가 해마다 ‘일자리 예산’을 앞세워 슈퍼예산을 편성해왔지만, 그렇게 쏟아부은 재정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감당하느라 질 낮은 공공일자리 양산에 급급했을 뿐 청년에게 필요한 민간 고용의 마중물이 되지 못했다.
몇 년간의 실험을 통해 재정의 한계를 확인한 만큼 마중물이 될 만한 정책적 변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번 채용하면 되돌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마다 채용 문턱을 최대한 높여 놓은 상태다. 이런 구조는 기득권을 형성해 이미 문턱을 넘어선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의 갈등을 키웠고, 더 나아가 세대갈등으로 비화됐으며,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딱딱한 시장에 유연성을 불어넣는 노동개혁을 더 이상 못 본 척 미뤄둔다면 민간 고용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일은 얼마씩 돈을 쥐여주는 게 아니라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주는 것이다.
[사설] 청년층 경제고통지수 최악… 차기 정부의 당면 과제
입력 2021-11-1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