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은 성경에서 말하는 가장 본질적인 사역이며 주님이 찾으시는 참된 교회의 모습입니다. 코로나19와 뉴노멀 시대에 전도와 선교사역에 역동성을 가질 수 있는 가정교회 소그룹 사역은 이 시대 목회의 최고 대안이라고 확신합니다.”
초대 예루살렘교회의 모습은 조직이나 제도, 형식이 아닌 공동체성이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초대 교회의 원리와 정신을 살려 23년간 한국교회에 가정교회 소그룹 공동체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최상태(66) 목사를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흩어진화평교회에서 만났다. 이곳은 최 목사가 자신이 설립한 화평교회를 후임 김정민 목사에게 인계한 뒤 2년 전 분립 개척한 교회이다.
최 목사는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편안하게 누리며 남은 목회를 할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로 결단하고 나니 평안함과 자유함이 넘쳤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심은 신학생 시절과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부터 꿈꿔온 교회의 모습이었다.
최 목사는 1984년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 ‘주님이 세우셨던 교회’ ‘세상 속에 영향을 주는 교회’는 무엇인가 고민했다. 바른 목회에 대한 열망을 갖고 1988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세 명의 청년과 함께 화평교회를 개척했다.
최 목사는 10년 동안 사람을 세우는 제자훈련 사역에 집중했다. 예배처소도 넓어지고 신실한 일꾼도 세워지면서 교회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마음 깊은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제자훈련을 통해 세워진 성도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은사와 시간, 역량을 마음껏 헌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안식년을 갖고 연구 끝에 얻은 결론은 초대교회의 모습을 띤 ‘가정교회’였다. 가정교회 소그룹이야말로 성경에서 말하는 사역이며 건강한 교회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한국교회에 가정교회의 모델이 없었던 터라 설교와 세미나 워크숍, 수련회를 통해 성도들을 가르치며 비전을 제시했다.
가정교회는 관계 중심의 공동체이다. 제자훈련을 통해 세워진 평신도 지도자(가장·총무)를 중심으로 맡겨진 가원(구성원)들을 돌본다. 모든 가원들은 선교 찬양 헌금 친교 등 각각 역할을 맡아 섬긴다. 가정교회별로는 수련회 전도 봉사 국내외 선교도 진행하며 역동성 있는 사역을 펼친다. 가정교회가 교회 안에 작은 교회로 불리는 이유다.
최 목사는 “평신도 사역자들에게도 목회자 그 이상의 헌신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가장들이 가원들을 위해 기도하고 섬기며 그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가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경험한 것이 가장 큰 열매였다”고 말했다.
교회는 가정교회 소그룹으로 놀랍게 성장해갔다. 24개로 시작해 100여개가 넘는 가정교회가 세워졌다. 교회가 성장하자 최 목사는 2010년 ‘흩어지는 교회’ 비전을 선포했다. 안주하며 몸집만 키우는 것이 아닌 흩어지는 교회의 사명을 감당한 성경 속 안디옥 교회처럼 세상 속에서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해서였다.
“고인 물이 부패하고 썩듯이 공동체가 흩어져서 사명을 감당하지 않으면 부패하고 정체감에 빠지게 됩니다. 교회 규모가 커질수록 구조적으로나 시대 상황 속에서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흩어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화평교회는 13년간 부목사와 성도들을 함께 파송하며 8개의 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9번째 분립 개척은 최목사 본인이 직접 나섰다. 설립한 교회를 내려놓고 다시 개척교회 목회자가 된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내려놓을 때 오는 주님의 임재나 축복, 은혜는 비교가 안된다”면서 “무엇보다 담임목사가 개척하면 노하우나 인프라가 있어서 더 역동적인 목회를 할 수 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역사 속에 모델이 되는 교회를 이 땅에 남기고 싶다”고 전했다.
2020년 1월 흩어진화평교회를 개척하자마자 닥친 코로나19는 소그룹 가정교회 사역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비대면 시대에 담임목사의 사역은 한계가 있었지만 잘 훈련된 리더들로 세워진 가정교회는 가원들을 사회적으로나 영적으로 더욱 세밀하게 챙겼다. 온·오프라인으로 교제하면서 서로를 섬기고 돌보며 공동체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욱 견고해졌다.
최목사는 가정교회 사역을 하면서 경험한 목회 현장의 열매를 21년째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공유해오고 있다. 가정교회목회자세미나를 통해 성경적인 목회를 갈망하며 고민하는 목회자들을 섬기고 가르쳐 주님이 기뻐하시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함이다.
제21회 가정교회목회자세미나는 오는 23일부터 26까지 3박 4일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최 목사를 비롯해 가정교회 소그룹으로 부흥을 경험한 목회자들이 강사로 나서고 평신도 사역자들의 간증, 가정교회 탐방으로 진행된다.
최 목사는 “세미나를 통해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세상 속에서 영향을 주는 교회를 만들어가는데 답을 얻어 가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