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5년 만에 美 출장… 반도체·백신 챙긴다

입력 2021-11-15 04:0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북미지역으로 출장을 떠나기 위해 14일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캐나다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부지를 최종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북미 출장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캐나다를 돌며 반도체 신규 공장부지 확정, 코로나19 백신 협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14일 전세기편으로 출국했다. 캐나다에 있는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한 뒤, 미국으로 넘어가 반도체 신규공장 관련 만남을 가지는 일정이다. 모더나 관계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서기는 지난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처음이다. 마지막 해외출장은 지난해 10월 베트남이었다. 미국 방문은 5년 만이다. 가석방 이후 외부에 노출되는 경영 활동을 최대한 자제했던 이 부회장이 북미 출장길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 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를 만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반도체 정보제공과 관련한 관계자를 만나거나, 고객사 어느 곳을 만나는지 등의 구체적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모더나 관계자를 만나는지에 대해서는 “보스턴에도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보스턴에는 모더나 본사가 있다.

이번 출장에서 17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반도체 신규 공장부지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를 두고 막판 저울질 중이다. 현재 반도체 공장이 있는 오스틴이 유력했으나, 테일러가 파격적인 세금혜택을 제시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기존 반도체 파트너들과도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에서 협력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주변에는 퀄컴,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이 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정보 제공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측된다. 또 모더나 관계자들을 만나 코로나19 백신 생산과정에서 맺은 신뢰 관계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걸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해외출장이 ‘뉴 삼성’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재판 등 외부요인에 상관없이 이 부회장이 현장을 챙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2월로 예정된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이 부회장의 ‘방향성’이 분명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사법 리스크 때문에 전면에 나서기 어려웠던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경영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