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성지 ‘영등포산업선교 회관(영등포산선 회관·총무 손은정 목사)’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노동 선교의 미래를 그리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979년 건립된 영등포산선 회관은 지난 2월 공사를 시작해 10개월간 새 단장을 마쳤다. 이번 공사로 지하 1층에 역사관을 마련한 영등포산선 회관에는 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도 입주해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진행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총회장 류영모 목사)는 55년 미국장로교가 파송한 로버트 C 어커트 선교사와 함께 산업선교를 시작했다. 이후 헨리 존스 선교사의 권유로 57년 ‘예장 산업전도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이듬해 ‘영등포산업전도회’를 창립했다. 영등포산선은 노동자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노동자들에게 생명을 선물했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영등포산선은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의 회관 예배실에서 개관 축하 예식을 갖고 새 출발을 알렸다. 예배에서 ‘향기로운 소제물’을 주제로 설교한 손달익 서울교회 목사는 “번제물이 자신의 본체를 희생해 향기로운 제물이 됐듯 영등포산선의 새 회관도 이 공간을 통해 노동자와 상처받은 이웃에게 새 희망을 선사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진 축하마당은 ‘노동과 민주화 운동의 선구자,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주제로 한 동영상 상영으로 시작했다. 영등포산선이 걸었던 역사를 담은 흑백사진이 이어지다 중간중간 ‘공순이’들의 증언이 나왔다. 공순이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다.
영상에 출연한 송효순 대림화학 전 노동자는 “영등포산선은 낮이고 밤이고 일만 하던 어린 우리에게 ‘공순이 덕분에 길에 차도 다니는 것이다. 너희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려주며 격려해 줬다”고 기억했다.
관계자들의 회고도 이어졌다. 영등포산선 2대 총무를 지낸 인명진 목사는 “노동 선교와 인권, 여성운동과 민주화의 상징인 영등포산선 회관이 단장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예장통합 영등포노회와 영등포구청, 서울시가 모두 도왔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을 기점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이 회관이 역사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실무자들이 새로운 각오로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손은정 총무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노동 형태에 따른 노동법을 알리고 존중받는 노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더 생기지 않도록 살피는 일에도 적극 참여하려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