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시골에선 어린이들이 동네를 맘껏 뛰어다니며 논다. 어른들은 다른 동네에서 놀러 와 잘 모르는 아이들도 항상 반갑게 대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각종 놀이를 하면서 서로 친구 집을 제집 드나들 듯한다. 반면 도심 속 어린이는 상대적으로 뛰어다니며 놀 공간이 부족하다. 빌딩 숲과 차도에 밀려 어린이들의 놀이 터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놀이터가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지난달 12일 인천 중구 영종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장이 다른 곳에 사는 초등학생 5명을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해 논란을 빚었다. 이 회장은 이들 초등학생을 주거침입과 기물파손 혐의로 112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놀이터에서 놀다 붙잡힌 아이가 직접 적은 글에는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고 물어보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모르느냐”고 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 아이들이 놀이터 기구를 파손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아이들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회장을 고소한 상태다.
물론 외부인은 관리비를 내지 않으니 회장의 그런 주장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시끄럽고 일부 기물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수도권 일부 고급 아파트 놀이터 입구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표지가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놀이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막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입주민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며 이 회장의 해임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어도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이 다른 아파트 놀이터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
[사설] 어린이들이 다른 아파트 놀이터도 이용 못해서야
입력 2021-11-15 04:05